KT망 빌려 통신 서비스 ‘사실상 제4이통’… 케이블 방송 등 CJ콘텐츠 결합상품 제공
12일 MVNO 사업협정을 맺은 KT 표현명 사장(왼쪽)과 CJ헬로비전 변동식 대표. KT 제공
○ “디지털 케이블,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전화, 휴대전화에 영화까지”
CJ그룹 계열사인 CJ헬로비전은 KT와 가상이동통신망(MVNO) 사업 협정을 맺었다고 12일 밝혔다. MVNO란 이동통신 설비가 없는 기업이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17개 기업이 MVNO 사업에 진출해 약 33만 명이 가입해 있다.
CJ헬로비전은 내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그룹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한 ‘컨버전스 결합상품’이다. 월 5만5000원을 내면 케이블 방송,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전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CJ CGV에서도 영화도 보고 CJ푸드빌에서 운영하는 음식점인 빕스(VIPS)에서 식사도 할 수 있는 파격적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CJ헬로비전은 CJ그룹이 보유한 340만 명의 유선 가입자를 이동통신 가입자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휴대전화 가입자 수가 8월 말 기준으로 922만 명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CJ그룹이 사실상 ‘제4 이동통신’으로 부상할 수 있게 된다. CJ헬로비전 변동식 사장은 “뉴미디어 콘텐츠를 이동통신과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 자신했다.
○ MVNO 활성화는 ‘미완의 대기’…SK텔레콤 협조 절실
통신요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방송통신위원회는 7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MVNO 의무 사업자로 지정하는 등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방통위에 따르면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SK텔레콤의 MVNO 누적 가입자는 7300여 명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가입자 이탈을 우려해 MVNO 활성화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VNO 업계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MVNO가 되려면 이동통신사가 설비이용 대가를 저렴하게 책정해야 하는데 SK텔레콤은 매우 불리한 계약 조건을 내건다”고 지적했다. KT는 SK텔레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망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J와의 협력도 KT가 전화기 수급과 데이터요금 인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기로 약속하면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가상이동통신망 사업자) ::
SK텔레콤 KT 등 통신망을 가진 이동통신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네트워크 설비에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되며 기본 서비스 중심으로 요금제를 설계하기 때문에 기존 이동통신사에 비해 서비스를 싸게 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