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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見孟子하고 問曰 周公은…

입력 | 2011-10-13 03:00:00


齊(제)나라 대부 陳賈(진가)는 宣王(선왕)이 맹자의 충고를 듣지 않고 연나라를 정벌하고 병합하려다가 2년도 안 돼 연나라 사람들이 배반하자 부끄러워하는 것을 보고, 왕을 위해 변명하려고 했다. 진가는 맹자를 만나, 성인이라 일컬어지는 周公도 그 형제들이 반란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들어 왕의 잘못은 그리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변호하려고 했다.

見孟子의 주어는 陳賈인데, 앞에 나왔으므로 생략되었다. 한문고전은 주어나 술어, 목적어 같은 주요 성분을 생략하는 일이 많다. 곧 한문은 본래 문맥을 중시하므로 세부적인 어법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問曰의 주어도 陳賈인데, 역시 생략되었다. 何人也는 ‘어떤 사람인가’라고 묻는 말이다. 이때의 也는 평서문의 종결사가 아니라 의문종결사이다. 邪(야)와 통해 쓰는 글자이다. 曰古聖人也에서 曰의 주어는 맹자인데 생략되었다. 한문의 대화문에서는 曰의 앞에 놓일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使管叔監殷의 주어는 周公인데 생략되었다. 주공이 그 형 관숙으로 하여금 은나라 땅을 감독하게 했다는 뜻이다. 以殷畔은 은나라 땅을 거점으로 背叛(배반)했다는 뜻이다. 有諸는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하고 묻는 말이다. 諸(저)는 지시사 之와 의문종결사 乎의 결합이다.

앞서 진가는 제나라 왕에게 말할 때, 주공이 관숙을 시켜 은나라 땅을 감독하게 한 일을 역사 사실로서 언급했다. 그렇거늘 진가는 맹자에게 과연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실은 진가는 자신이 제나라 왕에게 한 말을 그대로 반복하되, 성인으로서 관숙의 반란을 예기하지 못한 것은 이상하지 않느냐고 따지려 한 것이다. 한문은 간결함을 추구하여 글자의 중복을 피하지만, 때로는 일부러 동일한 문장을 반복하면서 약간의 변화 속에 화자나 필자의 심리를 드러내기도 한다. 여기서는 ‘有諸’라는 말에 영인 진가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