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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 브레이크] 이만수, 직구로 길을 찾다

입력 | 2011-10-13 07:00:00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비록 ‘대행’이지만 그라운드 위에서는 정직한 야구로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선수들이 잘하든, 못하든 덕아웃에서 열심히 박수를 치는 감독은 분명 이전 SK와는 다른 모습이다. 스포츠동아DB


SK PO행 이끈 ‘정직·뚝심의 야구’

“저도 처음이고,누구나 처음 있는 것”
박희수·윤희상 등 과감한 초짜 투입
부진한 최정 뚝심기용 4차전 결승타


12일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을 앞두고 ‘어떤 야구로 불러주길 원하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난처하나 기분 나쁘지 않은 낯빛으로 “아직은 제가 (정식 감독이 아니고) 대행이니까…”라고 피해갔다.

어쩌면 그런 수식어는 스스로 붙이는 것이 아니라 누가 붙여주는 성질의 것일 게다. 번트와 강공 타이밍이 불규칙하고, 수비를 위한다며 극단적으로 보수적 라인업을 짜다가도 포스트시즌이 생전 처음인 선수를 선발로 기용하는 모험적 투입이 혼재된다. 그래서 더 규정하기 어려운 이만수 야구. 그러나 준PO를 통해 드러난 전략, 전술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선수의 야구, 곧 ‘정직한 야구’다.

초보를 타짜로

비록 대행이지만 프로야구 팀의 수장을 맡아본 것은 이만수의 야구인생에서 SK가 처음이다. 초보감독은 초보선수들을 준PO에서 중용했다. 박희수는 불펜에서 가장 고비 때 등판했고, 윤희상은 처음부터 무조건 4차전 선발로 정했다. 임훈을 1∼3차전 스타팅으로 썼다. 엄정욱은 마무리로 강행했다. 1차전 만루홈런을 맞았는데도 3차전 마무리로 써 기어코 성공시켰다. 결과적으로 용기(SK)는 데이터(KIA)를 이겼다. 2004년 프로 데뷔 이래 2군만 전전했을 뿐 큰 경기 경험이 전무한 윤희상에게 어떻게 준PO 4차전을 맡길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 이 대행은 이렇게 답했다.

“저도 처음이고요. 박희수 윤희상 임훈 엄정욱…. 누구나 처음은 있는 거예요. 정욱이도 1차전 만루홈런 맞은 영향 잘 알아요. 그러나 정욱이가 살아야 팀이 살아요. 강하게 마음먹고 배짱으로 던지게 했어요. 긴장해서 스피드가 안 나왔지만 끝까지 믿어서 해냈어요.” 결과를 떠나서 이 대행은 선수를 키우고, 얻은 셈이다. 언뜻 NC 김경문 감독이 떠오른다.

작전이 없는 게 작전

최정은 준PO 1∼3차전 극도로 침체됐다. 그래도 이 대행은 끝까지 3번으로 썼다. 결국 14타수 만에 최정은 4차전 KIA 윤석민을 깨뜨리는 선제 결승 2루타를 3회 터뜨렸다. 무안타로 허덕이던 박진만∼정상호∼김강민도 끝까지 중용했다. 선수가 해줄 때까지 감독은 기다린다는 무언의 믿음이다.

투수 쪽도 준PO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김광현, 송은범을 아끼겠다고 정하고 결국 관철시켰다. 3∼4차전 둘을 아낀 덕에 SK는 롯데와 PO 1∼2차전에 둘을 맞출 수 있게 됐다. 불펜진 역시 박희수, 엄정욱을 중용하면서 기존의 정우람∼정대현을 아꼈다. 김상진 투수코치의 조언을 들을 줄 아는 ‘겸손한 귀’를 가졌기에 가능한 성과였다.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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