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에 150만달러 주고 청부… 이란계 미국인 1명 체포
美-이란 관계 일촉즉발 위기
이란이 미국 내 갱단을 이용해 주미 사우디아라비아대사를 살해하려 한 계획이 발각돼 가뜩이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11일 “주미 사우디아라비아대사를 살해하려는 이란 정부의 테러 음모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지난달 29일 용의자인 이란계 미국인 만수르 아르바브시아르(56)를 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며 “함께 테러를 꾸민 이란 혁명수비대 내 특수부대인 ‘쿠드스’ 소속 골람 샤쿠리를 뒤쫓고 있다”고 말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텍사스 주에서 중고차 판매상으로 일하던 아르바브시아르는 5월부터 샤쿠리와 결탁해 테러를 추진했다. 멕시코 마약갱단 ‘로스 제타스’에게 150만 달러를 주고 주미 사우디대사의 암살을 청부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갱단에 잠입해있던 마약단속국(DEA) 요원에게 꼬리가 밟혔다. ‘쉐보레’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테러는 주미 사우디대사의 암살을 시작으로 주미 이스라엘대사관과 주아르헨티나 사우디대사관을 잇달아 공격하는 시나리오로 짜여 있었다.
반면 무함마드 카자이 유엔 주재 이란대사는 “미국의 억지 주장에 분노를 느낀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이란 정부는 유엔에 “이번 조작은 전쟁 도발과 맞먹는 비열한 행위”라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요인 암살을 갱단 손에 맡기는 수법은 기존 중동 스타일과 다르다”며 “테러 기도는 확실하나 이란 연계설은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