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후보 인터뷰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 후보는 “서울시가 가진 많은 정보를 스마트폰 앱을 통해 공개하는 등 21세기 행정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작은할아버지의) 호적을 정리하기 이전에 비정부기구(NGO) 관련 회의가 있어 사할린에 가 그곳의 동포 단체에 (작은할아버지의 행방을) 직접 확인해 보기도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2000년 6월 박 후보 작은할아버지에 대한 실종선고 심판문에서 “1936년 10월 31일 이후 생사불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본보 12일자 A5면 박원순 “양손 입적한 작은할아버지…”
박 후보는 한나라당이 “이 정부 들어 북한을 자극해 억울한 천안함 장병들이 수장됐다”는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는 데 대해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천안함 장병들의 죽음에는 북한을 관리하지 못한 우리 정부 책임이 간접적으로 있다는 내 주장이 이상하냐”고 반박했다.
박 후보와의 인터뷰는 오후 1시부터 1시간 동안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뤄졌다. 그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왜 박원순을 못 믿느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답답해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은할아버지는 언제 실종된 건가.
“(실종 시점이) 1936년이든 1941년이든 어쨌든 당시는 일제시대 아니냐. 그(실종)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답답해서 (작은할아버지가 징용당했다는) 사할린까지 가봤지만 파악이 힘들었다.”
―6개월 방위병 판정을 받았지만 행정 착오로 2개월 더 근무했다고 했다. 다른 이유는 없나.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러나 소집해제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2개월 더 근무했겠나. 누가 일부러 더 근무하겠나.”
―검사로 일하면서 어떻게 대학(단국대)을 졸업했나.
“야간 수업도 듣고 해서 간신히 졸업했다. 학사경고를 받기도 했지만 대구에서 종종 서울을 오가며 수업을 들었다.”
박 후보는 1985년 2월 단국대를 졸업했으나, 졸업 전인 1982년 8월 대구지검 검사로 임용돼 1983년 8월까지 1년 동안 대구지검에서 근무했다.
―단국대 입학 전 서울대 법대를 다니다 제적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는 법대가 아니라 사회계열이었다. 오류를 방치한 이유가 있나.
“내 스스로 ‘서울대 법대를 다녔다’고 말한 적은 없다. 인터넷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서울대 다녔던 사실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물론 학력과 관련한 사실을 정확히 할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다.”
박 후보는 학력과 관련한 논란을 염두에 둔 듯 후보 등록 후 만들었다는 명함의 학력란에 ‘서울대 문리과대학 1년 제적(75. 3∼75. 5)’이라고 적었다.
―선거가 초반부터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흐르고 있다. 박 후보가 원하던 선거 운동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듯한데….
“오늘 아침에도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문제 제기는 하지 않도록 선거 캠프에 특별히 부탁했다. 사실 우리 캠프는 그렇게 해왔는데, 민주당이나 다른 정당이 함께하면서 조금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다.”
―그렇다면 나 후보가 공약을 발표(6일)했을 때 “전문가가 써준 걸 읽는다”며 공격한 것은 뭔가.
“그날 발언은 ‘정책은 현장 속에서 답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였는데…. 앞으로는 그런 식의 언급도 안 하려고 한다.”
―서울시장이 되면 과도한 부채와 토건 중심의 전시 행정을 개혁하겠다고 했다. 이외에 박 후보가 생각하는 서울시 내부의 다른 문제가 있다면….
“시 운영도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집단 지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데 지난 10년간 서울시는 정상적 행정이 불가능했다. 인사 문제도 심각했다. 특히 정무직 자리가 지나치게 많았다.”
―시장이 되면 ‘인사 물갈이’를 할 수도 있겠다. 선거 캠프에 있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서울시에 들어가나.
“선거를 도와줬기 때문에 함께 시정을 맡기겠다는 생각은 없다. (서울시에) 들어간다고 해도 전문성이나 역량이 검증돼야 한다. 산하기관까지 합치면 6만여 명이 되는 서울시 공무원을 배제하고 외부에서 무리하게 온 사람들이 (시정을 좌우)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누구랑 서울시정을 함께하겠다는 건가.
“꼭 서울시에 들어와서 일할 필요가 있나. 행정의 힘만으로는 좋은 서울시를 만들 수 없다. 시민사회, 풀뿌리 조직, 기업 등 (외곽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파트너는 많다.”
―앞으로 공개할 새로운 공약을 소개한다면….
“내 삶 자체가 공약으로 가득하다. 우선 서울시가 가진 많은 정보 중 프라이버시(사생활), 보안, 이해관계에 걸리지 않는 것을 공개하겠다. 이 정보가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통해 손쉽게 제공될 수 있다. 최근 만난 지인이 ‘서울시에서 주차장 찾기 어려우니 해결하라’고 했다. 서울시 주차장 정보를 전산화하면 사람들이 (어디에 주차해야 할지 앱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런 발상으로 21세기 행정 패러다임을 싹 바꿔야 한다.”
―민주당에 입당할 듯하더니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선된다면 민주당 입당 가능성 있나. 민주당에선 ‘딴 살림 차리지 마라’고도 했는데….
“(민주당이)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통합 혁신 변화를 받아들이는 정당으로 가면 그 일원이 되겠다고 말해 왔다.”
―나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학교로 돌아간 분을 구태여 선거판으로 모시는 게 염치가 없는 일 같아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다. 내 스스로 이겨야 하지 않겠나.”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내곡동 사저 용지 매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요즘 너무 바빠 자세한 내용을 모르겠다. 답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검찰이 최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SNS로 선거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불만이 많겠다.
“검찰은 늘 뒤에서 따라오는 조직 아니냐. 이미 인터넷 시대가 됐는데 그 공간을 막아버리면 도대체 어떤 선거운동이 가능한지 모르겠다. 이제 정당도 인터넷에 만들어야 한다. 살아있는 정치를 하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검찰이나 선거관리위원회가 (SNS를) 막으면 유권자 의사가 제대로 소통되지 못하고 결국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선거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창조적으로 고민해 보면 길이 열릴 것으로 본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