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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김유성 삼성증권 랩운용 2팀장

입력 | 2011-10-14 03:00:00

무작정 장기투자? 자산배분 변화를!




김유성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2팀장은 “자산배분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장기간 투자하는 게 최고의 자산관리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한 해 동안 투자자 1만여 명을 만나는 여성이 있다. 이동 거리는 약 6만 km. 하지만 영업맨도, 전문강사도 아니다. 인문학, 금융공학, 회계학을 기초로 17년간의 리서치 및 운용경력을 보유한 김유성 삼성증권 포트폴리오운용2팀장이다. 올해 초 국내 증권업계에 한 명뿐인 여성 랩운용팀장이 된 그는 ‘자산배분투자 전도사’로 꼽힌다.

국내에 랩 투자 붐을 일으킨 삼성증권의 랩운용팀은 자문형 랩과 자산배분형 랩으로 나뉜다. 자문형은 주식에만 투자하는 반면에 자산배분형은 주식 채권 펀드 원자재 등 국내외 다양한 상품에 투자한다. 김 팀장은 자산배분형 랩 상품의 설계와 운용을 맡고 있다. 자산을 골고루 배분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절한 덕분에 최근까지 운용 성적이 좋다. 최근 3년 동안 매년 코스피 대비 5∼6%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그의 운용원칙은 장기, 배분, 리밸런싱(자산배분 비율조정) 등 세 가지다. 그는 “무작정 오래 묻어둔다고 좋은 건 아니다”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배분을 바꿔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달에 20차례 가까이 고객 설명회를 갖는다. 투자자들을 만날 때 가장 안타까운 건 그들의 쏠림 현상. 그는 “유망한 투자대상을 미리 권하면 고객들은 망설이다가 해당 상품이 수익을 내고 언론에 크게 소개되면 그때서야 너도나도 투자에 나선다”며 “분위기에 따라 한쪽으로 쏠려서는 수익을 내기는커녕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2009년 초 권한 원자재 관련 상품에 투자한 고객들은 큰 성과를 냈다고 귀띔했다. 당시 그의 권유에 따른 고객들은 최근까지 20%를 웃도는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것.

그는 랩이 생소했던 2008년 ‘랩태스크포스팀’에 참여했다. 여기에서 랩을 중심으로 삼성증권의 통합자산관리 10년 로드맵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때 그는 삼성증권의 자산배분형 펀드랩 1호 가입자가 됐다. 현재까지 수익률은 38%.

그는 펀드랩도 꾸준히 펀드 구성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펀드매니저가 몇 년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고를 때 과거 성과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운용원칙 준수, 리스크 관리, 펀드매니저 변동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동안 성과가 나빴더라도 기본에 충실한 펀드라면 랩에 새로 편입해도 좋다는 얘기다. 또 “랩을 통해 여러 펀드에 분산 투자하고 전문가들이 펀드 구성을 바꿔준다면 안정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ABN암로증권에 입사한 뒤 회계학을 새로 공부해 연구원이 됐다. 1996년 무렵 선물옵션 시장이 열리자 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과정을 밟아 파생상품 운용을 맡았다. 요즘 그의 관심은 새로운 맞춤형 자산배분투자 상품을 개발하는 것. 이는 개인의 다양한 자산을 통합 관리하는 선진국형 상품이다. 인터뷰 끝머리에 여성이 랩운용팀장에 발탁된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나도 모르겠다”면서도 “상대방과 공감하는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뛰어나다”고 말했다. 맞춤형 자산관리 상품을 제시하려면 고객과 공감능력이 뛰어난 여성이 유리하다는 얘기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