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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大盜’ 검사가 영장 기각

입력 | 2011-10-14 03:00:00

검찰 “직접적인 증거 없어”… 경찰 “물증찾아 영장 재신청”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이봉서 회장 자택 절도사건 용의자 정모 씨(56)에 대해 12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13일 기각했다. 정 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이 회장 집에 들어가 귀금속과 현금 등 7000만 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아 왔다.

서울 성북경찰서가 확보한 증거는 사건 발생 당일 이 회장 집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정 씨의 모습과 정 씨의 자취방에서 압수한 다이아몬드 감정기 등 귀금속 감정 도구 등이다. 경찰은 이 회장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 입구의 CCTV를 분석한 결과 정 씨가 지난달 22일과 26일, 27일 세 차례 찍힌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27일 사건이 발생한 오후 시간대에는 정 씨가 손에 목장갑을 끼는 모습도 포착됐다. 체포 직후 “최근 성북동에 간 적이 없다”고 주장하던 정 씨는 경찰이 CCTV 화면을 들이대자 “인근을 지나다 소변이 마려워서 잠깐 들렀다, 동네 경치가 좋아서 구경 온 거다”며 진술을 바꿨다. 경찰은 이 회장 집 안에서 목장갑 자국이 발견된 점도 증거로 제시했지만 검찰은 “정 씨의 목장갑 자국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 씨 자취방에서 발견된 다이아몬드 측정기와 감별기, 금 절단기 등 귀금속 관련 도구 4점에 대해서 경찰은 “모조품이 아닌 진품만 훔치려고 범행 당시 들고 다닌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대해 정 씨는 “호주에서 금은방을 운영할 때 사용하던 도구”라고 진술했다.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홍콩에 다녀온 정 씨가 거액을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점도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배경이었다. 빈손으로 출국해 홍콩에서 이틀간 머문 정 씨는 이달 1일 귀국하면서 한화 600만 원과 17만 홍콩달러(약 2350만 원)를 들고 들어왔다. 경찰은 “갑자기 생긴 금액을 추정해봤을 때 정 씨가 홍콩에서 훔친 물건을 현금으로 바꾼 것 같다”며 “정 씨 지갑에서 홍콩의 한 전당포에 300만 원 상당의 시계와 반지를 맡긴 전표도 찾았다”고 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13일 오후 정 씨를 석방했다. 경찰 관계자는 “홍콩 현지 경찰과 공조해 확실한 물증을 찾아 영장을 다시 신청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