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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미 FTA 비준 완료]격렬한 토론 → 차분한 표결 → 반대론자들도 깨끗이 승복

입력 | 2011-10-14 03:00:00

■ 하원 본회의장서 지켜본 ‘한미 FTA 통과 과정’




MB, 한미 경제인과 오찬 12일 워싱턴 윌리드 호텔에서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미 경제인 오찬에 참석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윌리엄 로즈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겸 씨티그룹 상임고문, 이명박 대통령, 토머스 도너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부터). 워싱턴=김동주 기자 zoo@donga.com

《 12일 오후 6시(현지 시간) 미국 의회 의사당 2층 하원 본회의장. 한국과 콜롬비아, 파나마 3개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이 표결에 부쳐졌다. 11일에 이어 12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이틀 연속 진행된 찬반토론이 끝난 후 의원들이 표결을 시작했다. 본회의장을 가득 메운 의원들은 좌석에 있는 전자투표 버튼을 누르면서 기자석 뒤편 전광판을 뚫어지게 주시했다. 전광판에는 의원들 이름 옆에 찬성(Y) 반대(N) 표시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
이틀 동안 본회의장에서 이어진 찬반토론에서 의원들은 한 치도 양보 없는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번갈아가며 1인당 30분씩 발언하고 당적에 상관없이 FTA를 반대하는 의회무역실무그룹 소속 의원들도 토론에 참가했다. 찬성 의원들은 자기 지역구 주력산업에 끼칠 효과를 거론하면서 FTA가 일자리 창출과 수출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의원은 한미 FTA가 비준될 경우 한국 자동차 산업만 좋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표결은 오후 6시부터 시작됐다. 대부분 전자투표를 했지만 일부 의원은 빨간색, 파란색 투표용지로 찬반을 표시하는 전통적 방식을 택했다. 3층 방청석에선 일반인 150여 명이 표결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미국-콜롬비아 FTA부터 표결에 부쳐졌다. 콜롬비아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문제 삼은 의원들이 있었지만 결과는 찬성 262표, 반대 167표로 통과됐다. 본회의장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 미국과 파나마 FTA는 찬성 300표, 반대 129표로 통과됐다. 마지막으로 한미 FTA였다.

5분 동안 진행된 표결에서 실시간으로 찬반 표시가 나타났다. 투표 시작 1분 후부터 찬성 192표, 반대 102표로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배 가까이 많이 나왔으며 이런 추세는 투표가 모두 끝나는 5분간 계속 이어졌다. 최종 결과는 찬성 278표, 반대 151표. 양국 정상이 공식 서명한 뒤 4년 3개월을 끌어온 법안이 단 5분 만에 통과되는 순간이었다.

이틀 동안 찬반 의견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던 의원들은 표결이 시작되자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봤다. 일부 의원들은 어린 아들과 딸을 데리고 표결 현장에 나타나 의원들이 투표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투표용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여성 의원은 어린 두 손녀를 데리고 나와 현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주미 한국대사관 김진욱 참사관은 “미 의회에서는 중요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의원들이 가족들을 데리고 와 현장을 같이 지켜보는 경우가 많다”며 “의원들이 FTA 표결도 아이들에게 보여줄 중요한 이벤트로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반대의견을 내며 열변을 토했던 의원들도 표결 결과에 대해선 야유나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다. 물론 몸싸움도 없었다. 토론은 뜨거웠지만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는 모습이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