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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보선 D-11]트위터 선거운동 단속범위 공방전… “허위 비방 퍼날라도 처벌”

입력 | 2011-10-15 02:00:00

“2000만명을 어떻게 검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선거운동의 적법성 범위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검찰이 최근 SNS를 활용한 불법 선거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야권의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시대에 뒤처진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여야 간 신경전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SNS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단속 기준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표현의 정도와 목적성’이 불법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며 “트위터에서 후보자에 대한 단순 지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상대 후보에 대한 악의적 비방이나 허위 사실 유포는 안 된다”고 밝혔다.

가령 특정 후보를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글이 트위터에 올려졌다고 가정했을 때 이를 트위터상에 퍼 나르고 전파하는 팔로어가 처벌받을 수 있다. 또 SNS를 통한 ‘투표 인증샷’과 관련해선 투표장 앞에서 찍은 단순 사진을 올리는 것은 상관없지만 기표소 안에서 찍는다거나 사진을 통해 특정 후보자에 대한 투표를 권유할 경우엔 불법이다.

이는 선관위가 SNS를 공직선거법 82조 4항 등에 규정한 ‘전자우편’(e메일)과 동일하게 간주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선관위는 트위터에 대해 ‘컴퓨터 이용자끼리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전자우편’으로 유권해석해 기존 선거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와 유권자들은 “트위터라는 미디어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따른 조치” “어디까지가 단순 지지이고 비방인지 단속 규정이 애매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국내 SNS 이용자가 20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현 제도하에서의 규제는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을 다 검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앞서 시민단체 ‘유권자자유네트워크’는 12일 SNS와 관련된 선거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법청원을 했다.

동시에 SNS가 사실상 미디어 기능을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관련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SNS 전문기업인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최근 하루 평균 350만 건의 한글 트윗이 생성되고 있어 웬만한 인터넷 포털의 e메일 수를 능가하고 있다. 또 트위터는 외국에 서버가 있어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게시물의 삭제나 게시자의 신상 정보를 요청하기도 어렵다.

박 후보 측 ‘SNS멘토단’ 정혜신 박사는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중앙선관위의 SNS 규제 방침은 SNS의 기본적 속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측 이학만 부대변인은 “선관위 규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선관위 규제 방침에 대한 야당 지지성향 논객들의 반발은 자신들의 SNS 권력을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