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수면내시경은 잠든 상태에서 받는 검사입니까’라고 자주 묻는데 의료진은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수면내시경은 내시경을 목구멍이나 항문에 삽입할 때 환자의 고통과 두려움, 검사 때의 불쾌한 기억을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수면내시경의 원래 용어는 ‘의식이 있는 진정 내시경(conscious sedation endoscope)’이다. 다시 말해 의식이 전혀 없는 마취상태가 아닌, 의식이 있되 마음을 진정시킨 상태에서 내시경을 한다는 말이다. 수면내시경이 일반 내시경과 다른 점은 ‘프로포폴’이나 ‘미다졸람’ 같은 수면유도제를 주사해 환자를 진정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약물의 특정 성분으로 인해 내시경 당시의 기억을 잃어버리므로 환자들은 ‘잤다’고 기억한다.
진료실에서 수면내시경 검사를 받는 환자는 의료진이 묻는 말에 답하기도 하고, ‘옆으로 돌아누워라’ 등 의료진의 지시에 따라 몸도 움직인다.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내시경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수십 분 자고 일어난 뒤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하느냐고 물어보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쭉 잠들어 있었다’고 답한다. 검사를 하면 대부분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들은 ‘고분고분’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신음을 흘리거나 구역질을 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수면내시경을 받는 환자 중에도 1%의 예외가 있다. 일부 환자는 내시경 검사를 받다가 소위 ‘난동’을 피운다. 가장 대표적인 유형은 바로 내시경을 스스로 뽑는 것이다.
무작정 뽑다간 목을 다칠 수도 있어 의료진은 환자의 손을 잡아 제어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을 무릎으로 차거나, 주먹을 내두르거나, 여성의 경우 꼬집거나 할퀸다. 일부는 내시경을 제거한 뒤 침대에 일어나 앉아 의료진에게 훈계한다.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주느냐, 그렇게 살지 마라’는 등의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나중엔 기억하지 못한다.
입 안의 내시경 장치를 이빨로 물어버리기도 한다. 내시경실 간호사의 경우 드물지만 ‘폭언’을 듣는다. 한 간호사는 ‘김 양∼ 나랑 나중에 따로 한잔하자’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아마도 가수면 상태에서 병원이 아닌 술집에 있다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
내시경에 쓰이는 약물이 일부 환자에게 듣지 않거나 어떤 때는 마약 대체재로 오용되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지만 환자의 편익이 수면내시경의 부작용보다 크다면 이 검사는 인기를 계속 얻을 것이다. 단, 의료진은 1%의 불편한 진실도 더는 숨기거나 외면하지 말고 환자나 가족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민영일 비에비스 나무병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