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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LPGA 100승]34명이 23년 걸려 쌓은 금자탑… 100승 올린 한국여자골프史

입력 | 2011-10-17 03:00:00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은 한국(계) 여자 골프가 바로 그랬다. 한국 여자프로골프는 1978년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한 부서인 여자프로부가 생기면서 태동했다. 그해 테스트를 통과한 4명이 여자 프로 1기생이었다. 초창기 개척자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원 번호 3번 구옥희(55)였다. 1985년 일본으로 진출한 구옥희는 1988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 한국인 1호 챔피언이 됐다.

일본에 머물던 한국 여자골프 해외 진출의 새 지평은 박세리가 열었다. 박세리는 삼성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1998년 LPGA 투어 정회원으로 뛰어들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소환설까지 나오던 그는 5월 LPGA챔피언십 우승과 7월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골프 변방으로 치부됐던 한국 골프의 힘을 세상에 알렸다.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자신을 롤 모델로 삼아 골프에 뛰어든 숱한 세리 키즈를 배출했다. 이날 박세리는 “높아진 한국 골프의 위상과 활약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를 신호탄으로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이 LPGA 투어 1.5세대를 이루며 연이어 승전보를 전했다.

언니들이 이룬 성과는 1988년에 태어난 용띠들이 바통을 건네받았다. 신지애는 2008년 비회원으로 LPGA 투어 3승을 올린 뒤 2009년 정회원으로 다시 3승을 거뒀다. 동갑내기인 최나연 김인경 박인비 등도 위너스 클럽에 가입했다. 100승은 23년 동안 34명의 선수가 힘을 합친 성과다. 미국 국적의 재미교포를 뺀 순수 한국 국적 선수의 승수는 95승이다.

신지애는 “100이란 숫자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한국인의 혼을 가진 선수들이 긴 시간과 노력 끝에 이뤄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창기 한국 여자골프는 특유의 성실함,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뒷바라지가 성공 비결이었다. 최근에는 골프를 즐기는 여유와 독립정신, 적극적인 동기 부여 등이 예전 세대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