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머물던 한국 여자골프 해외 진출의 새 지평은 박세리가 열었다. 박세리는 삼성의 전폭적인 후원 속에 1998년 LPGA 투어 정회원으로 뛰어들었다. 시즌 초반 부진으로 소환설까지 나오던 그는 5월 LPGA챔피언십 우승과 7월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골프 변방으로 치부됐던 한국 골프의 힘을 세상에 알렸다.
통산 25승을 거둔 박세리는 자신을 롤 모델로 삼아 골프에 뛰어든 숱한 세리 키즈를 배출했다. 이날 박세리는 “높아진 한국 골프의 위상과 활약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를 신호탄으로 김미현 박지은 한희원 장정 등이 LPGA 투어 1.5세대를 이루며 연이어 승전보를 전했다.
신지애는 “100이란 숫자가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다. 한국인의 혼을 가진 선수들이 긴 시간과 노력 끝에 이뤄낸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창기 한국 여자골프는 특유의 성실함, 부모들의 극성스러운 뒷바라지가 성공 비결이었다. 최근에는 골프를 즐기는 여유와 독립정신, 적극적인 동기 부여 등이 예전 세대와 다른 점으로 꼽힌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