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 되기 위해 특성화高로…”마음 다잡자 성적도 쑥↑
《서울 숭인중 3학년 이유민 군(15)의 꿈은 ‘요리사’다. 이 군이 제일 처음 만든 음식은 유부초밥. 중2 때인 2010년 봄, 체험학습을 가는 날이었다.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유부초밥을 만드셨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 “엄마, 저도 해볼래요.” 밥을 뭉쳐 조심스레 유부 속을 채웠다. 도시락에 가지런히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군의 첫 작품이었다.》
‘요리사’를 꿈꾸는 서울 숭인중 3학년 이유민 군은 특성화고 조리학과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전 과목 평균이 1년여 만에 50점 가까이 올랐다.
그날 이후 이 군은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 때마다 옆에서 질문을 쏟아냈다. 평소 즐겨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된장찌개는 몇 분이나 끓여야 해요?” “갈비찜 양념에는 뭐가 들어가나요?”
요리에 대한 이 군의 관심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어느 날 “유민아, 요리사가 돼 보는 건 어때?”라고 말했다. 주먹밥을 먹으며 행복해 하셨던 어머니의 모습과 ‘요리사’라는 단어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이 군은 요리사가 되기 위한 첫 단계로 조리학과가 있는 특성화고 진학을 목표로 잡았다. 인생에서 처음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조리학으로 유명하고 경쟁률이 높은 학교일수록 입학 시 중학교 내신 성적이 중요했다.
중2 1학기 중간고사 전 과목 평균은 40.8점, 기말고사는 47.2점이었다. 성적을 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일반계고에 진학하고 요리학원을 다닐 수도 있지만, 성적이 안 된다는 이유로 조리학과를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했어요.”
중2 2학기가 시작되자 이 군이 달라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수업시간에 친구들과 잡담하다가 혼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하는 부분은 표시해두고 통째로 외웠다.
결과는 대성공. 중2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 과목 평균 64.5점, 기말고사에서는 평균 68.7점을 받았다. 1학기보다 20점 이상 오른 것이다.
“마음가짐과 수업태도만 바꿨는데도 성적이 오른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공부에 신경 쓰고부터는 PC방에 가서도 마음이 불안했어요. 집에 와서 공부하는 게 오히려 마음 편하더라고요. 제가 열심히 공부하고 성적도 오르니까 ‘요즘 왜 그러니’라고 묻는 친구도 있었어요.”
성적이 오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요리사라는 꿈도 더 확고해졌다.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는 마트에 가서 직접 장을 봤다. 처음에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 헤맨 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단번에 찾아가 능숙하게 재료를 골라낼 정도다. 친구를 집으로 초대해 인터넷에서 찾은 요리법을 보고 낙지볶음을 해주기도 했다. “맛있다”며 밥 한 공기를 후딱 해치우는 친구를 보니 뿌듯했다.
중3이 되니 공부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고등학교는 중3 내신 성적을 가장 많이 반영하기 때문. 학기 초에 선생님께서 “혹시 앞자리에 앉을 사람 있니?”라고 물었을 때 이 군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날 이후 교탁 바로 앞자리는 그의 자리가 됐다.
“TV에서 우연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사 ‘에드워드 권’을 봤어요. 그가 만들어내는 요리는 마치 예술작품 같더라고요. 저도 양식을 공부해 일류 호텔 요리사가 되고 싶어요. 실력을 쌓은 후 제 이름을 건 레스토랑도 운영할 거예요.”
이미림 기자 donga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