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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conomy]中, 미국과 2차 환율전쟁… “못물러난다” 날선대응 왜?

입력 | 2011-10-18 03:00:00

원자바오 총리 “위안화 환율 안정적 유지”




미국 상원의 ‘환율감시개혁법’ 처리로 미중 간 환율전쟁이 다시 점화됐지만 중국의 대응은 예전과 달라졌다. 과거처럼 한 발 물러서는 대신 맞대응하는 기조다. 중국의 정치·경제적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더는 물러서기 힘든 속사정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의 결기 드러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총리는 미국의 환율법이 통과된 다음 날인 13일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광둥(廣東) 성 기업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최고위 지도부가 환율과 관련해 이처럼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런민(人民)은행은 환율법 통과 직후 사흘 연속 위안화 환율 인상을 고시했다. 미국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런민은행이 위안화로도 중국에 투자할 수 있다는 지침을 14일 발표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으로 읽힌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8월 홍콩에서 이미 밝힌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시 확인하는 형식이지만 공표 시점이 예사롭지 않다.

위안화로 중국에 투자하면 중국 내 위안화 공급이 늘어 장기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는(위안화 평가절하) 효과가 있다.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에 배치되는 지침이다.

○ 중국의 고민

중국의 최근 움직임은 미국 요구에 대해 ‘못 물러난다’는 중국의 고민이 배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원저우(溫州)발 금융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돈줄을 죄면서 수출 중소기업들과 사채시장의 전주들이 동반 부실화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현지에서는 원저우 문제를 ‘광산 속의 카나리아’로 비유한다. 광산에서 유독가스가 나오면 카나리아가 제일 먼저 죽는 것처럼 원저우가 중국 경제의 하강국면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지표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까지 용인하면 금융위기가 국가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원 총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로 분석된다.

중국의 수출경기는 이미 유럽발 금융위기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현지 소식통은 “미국이나 유럽의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 주문을 9월에 받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출 증가율에도 하향세가 감지되고 있다. 9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1%였다. 하지만 이는 8월의 증가폭(24.5%)보다 7.4%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절상 요구를 유로존 지원과 연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유로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원하자니 동반부실이 우려되고, 손을 놓자니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리는 외교 관계가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실리라도 챙기기 위해 유로존 지원을 검토하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