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총리 “위안화 환율 안정적 유지”
○ 중국의 결기 드러내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사진) 총리는 미국의 환율법이 통과된 다음 날인 13일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광둥(廣東) 성 기업인들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최고위 지도부가 환율과 관련해 이처럼 단정적으로 언급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중국의 결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위안화로 중국에 투자하면 중국 내 위안화 공급이 늘어 장기적으로 환율이 올라가는(위안화 평가절하) 효과가 있다. 미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요구에 배치되는 지침이다.
○ 중국의 고민
우선 원저우(溫州)발 금융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이 돈줄을 죄면서 수출 중소기업들과 사채시장의 전주들이 동반 부실화되고 있지만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
중국의 수출경기는 이미 유럽발 금융위기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현지 소식통은 “미국이나 유럽의 크리스마스 관련 제품 주문을 9월에 받는데 올해는 전년 대비 6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수출 증가율에도 하향세가 감지되고 있다. 9월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7.1%였다. 하지만 이는 8월의 증가폭(24.5%)보다 7.4%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절상 요구를 유로존 지원과 연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지도부는 유로존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상당히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지원하자니 동반부실이 우려되고, 손을 놓자니 그렇지 않아도 삐걱거리는 외교 관계가 더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실리라도 챙기기 위해 유로존 지원을 검토하되 위안화 절상 요구는 수용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