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운영자들은 카드수수료 대책 촉구하는데…■ 가맹점들 반발 확산
신용카드 회사들이 17일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6∼1.8%로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수수료율을 더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1.5%로 전부 내릴 수 있도록 이번 국회에서 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이날 10·26 서울 양천구청장 재선거 지원 유세에서 “소상공인 대표들이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 달라고 사무실에 찾아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을 제정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대형마트나 호텔의 카드 수수료와 소상공인의 수수료가 달라 지난해 설부터 정책당국과 얘기했으나 잘 안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골프장, 백화점, 대형마트, 호텔, 음식점 등 업종별로 편차가 큰 신용카드 수수료가 일괄적으로 1.5%로 낮아지게 된다.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합리적인 기준 없이 주먹구구로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협상력이 부족한 가맹점에 전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가맹점 수수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카드사들이 알아서 조정하라’고 압박했을 뿐 적절한 가맹점 수수료 수준에 대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 확대에만 치중했을 뿐 가맹점주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단체협상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해 6월부터 가맹점들에 단체협상권을 부여했지만 연매출 9600만 원 이하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신설 단체만 카드사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경우 이미 1.6∼2.1%대의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아 협상의지가 적은 데다,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지금까지 단 한 곳의 협상단체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기에 기존 업종별 중앙회나 상인연합회는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없다.
수수료율을 공시하고 있지만 카드사 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통해 수수료 인하를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는 점도 가맹점에 불리한 대목이다.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특정 카드사의 수수료율이 높아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신한카드가 이날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기로 하자 다른 카드사들도 잇따라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카드는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범위를 기존 연매출 1억2000만 원 미만에서 2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수수료율을 2% 초반대에서 대형마트 수준인 1.6∼1.8%대로 낮추기로 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전체 229만 개 가맹점 중 87%가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고 말했다. 삼성, KB국민, 비씨, 하나SK, 현대, 롯데카드도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내리고 적용 범위를 연매출 2억 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