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무대인 광주 인화학교에서 50여 년 전 학대를 못 견뎌 숨진 어린 장애인 원생 2명을 학교 측이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와 이 학교 동문 등 150여 명은 17일 오후 광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폭로했다. 청각장애인으로 1959년부터 1968년까지 이 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김영일 씨(71)는 “1964년 10월경 고아였던 남자아이(당시 7세 추정)를 교감이 오랫동안 굶기고 때려 숨지게 했다”며 “(시신이) 가마니에 싸여 있는 것을 봤고 묻으러 갔을 때 내가 직접 땅을 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숨지기 전 방에 가두고 밥을 거의 주지 않아 굶주린 나머지 벽지를 뜯어 먹기도 했다”며 “교감, 다른 교사 1명이 함께 당시 학교 소재지였던 광주 동구 학동에서 7∼8km 떨어진 무등산 기슭에 시체를 묻었다”고도 했다. 또 김 씨는 “1965년 4월경에는 다른 여자아이(6세 추정)에게 밥을 거의 주지 않아 굶주려 숨졌다”며 “그 아이의 시체도 나를 포함한 4명이 함께 땅을 파고 묻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2건의 암매장 사건 주범으로 당시 설립자 겸 교장 김모 씨와 그 동생인 교감을 지목할 수 있지만 이들은 모두 사망했다”며 “당시 학생이던 1, 2회 졸업생들이 이 같은 일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당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내가 직접 광주경찰서(현 광주동부서)에 신고했지만 무시당했다”며 “1968년 학교를 그만두고 나가 2년여 동안 투쟁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김 씨는 “50년 넘게 죄책감을 벗지 못하고 살아왔는데 이제야 비로소 털어놓게 돼 다소나마 죄를 덜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