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담기’ 공연 600회 돌파하는 유리상자 26일부터 콘서트
관객이 코러스로 참여해 노래 부르기, 관객을 위한 곡 만들어 선물하기…. 공연 도중 ‘음악’을 매개로 한 이벤트는 ‘별의별 것’을 다 했다는 유리상자의 듀오 박승화(왼쪽)와 이세준. 제이제이홀릭미디어 제공
남성 보컬듀오 ‘유리상자’의 시리즈 콘서트 ‘사랑담기’에 가면 빠짐없이 열리는 이벤트가 있다. ‘프러포즈’와 ‘노불드’(노래를 불러드립니다)다. “데뷔 직후 알려진 노래가 ‘순애보’밖에 없어 즉석에서 관객이 원하는 노래를 불러주었죠. 그때 ‘저 결혼하는데 이 노래 불러주세요’ 같은 요청이 많아지면서 ‘프러포즈’ 코너가 생겼어요.” 요즘은 다른 콘서트들도 이런 이벤트를 많이 열고 있으니 유리상자가 이벤트 콘서트의 원조 격인 셈이다.
데뷔 15년째를 맞은 유리상자가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전블루소극장에서 ‘서른세 번째 사랑담기-처음처럼’을 연다. “소극장에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규모가 커졌더라고요. 올 초부터 다시 소극장으로 돌아오려고 작심했죠.”(박승화·42) 공교롭게도 이 극장은 1997년 9월 데뷔한 듀오가 그해 12월 첫 ‘사랑담기’ 콘서트를 열었던 곳이다. 사랑담기 공연이 600회째 열리는 날(10월 30일)이 이번 공연 기간에 끼여 있다.
“무대를 우리 방처럼 꾸밀 거예요. 관객이 입장하면 침대에서 잠옷 입고 자던 우리가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온 뒤 목 풀면서 노래 연습을 시작하는 식이죠.” 박승화는 “첫 공연 땐 경기 고양시 일산 집에 있는 조카 2층 침대를 분해해 자동차에 싣고 서울 대학로로 가지고 와 다시 조립해 무대 세트를 꾸밀 정도로 ‘무식하게 열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자동차로는 분해한 침대를 한 번에 옮길 수 없어 일산과 대학로를 두 번 왕복했다고 한다.
듀오는 “유리상자를 ‘보러 간다’가 아니라 ‘만나러 간다’고 생각하고 공연장에 와 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의 공연은 ‘관객 오리엔테이션’이라 불릴 정도로 관객 참여 코너나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이 많다. “이번엔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니 더욱 친근감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2시간 공연이 끝난 뒤 길 가다 저희를 보면 ‘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하게 될지도 몰라요.”
유리상자는 음반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턴 2주 간격으로 ‘인형의 꿈’(일기예보) ‘사랑했던 날’(휴식) ‘비 오는 거리’(이승훈) 등 리메이크 곡을 발표했다. 올해 말까지 리메이크 곡 10개 정도를 내 앨범을 만들고 내년에 12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1544-1555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