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시작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시청률이 방송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첫 회 시청률은 12.4%로 ‘거침없이 하이킥(하이킥1·7%)’, ‘지붕뚫고 하이킥(하이킥2·10.3%)’보다 높았다. 하지만 10회에서 12.7%를 기록했을 뿐 더는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AGB닐슨미디어리서치 자료). 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하이킥2를 31억6000만 원, 하이킥3는 87억1000만 원을 받고 MBC에 판매했다. 몸값이 2.8배로 뛴 하이킥3가 인기는 전작만 못한 이유가 뭘까.
○ 반전 캐릭터가 안 보인다
하이킥3에선 이런 반전 캐릭터가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역할을 맡은 배우 안내상은 기존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찌질한 가장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나왔다. 안내상의 처남인 훈남 의사 윤계상은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윤필주 그대로다.
전편에서 화제가 됐던 캐릭터의 자기복제도 신선함을 떨어뜨린다. 안내상-윤유선이라는 ‘찌질 가장-드센 마눌’ 커플은 1편의 정준하-박해미, 2편의 정보석-오현경 부부를 되풀이한 설정이다. 국어 교사 박하선-체육 교사 서지석이 연기하는 순둥녀-까칠남 교사 커플은 1편에서 영어 교사 서민정-체육 교사 최민용 커플을 떠오르게 한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진지한 이미지의 중견급 배우가 코미디를 하는 식의 역(逆)캐스팅과 젊은 층의 눈길을 잡을 러브라인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전작의 성공모델이 빠져 있다”고 평가했다. 전편과 달리 하이킥3에선 노인과 아이들이 빠지면서 2대로 축소됐고, 10, 20대 젊은층 위주로 인물 관계가 좁혀졌다.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공감을 끌어낼 만한 소재도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 여심(女心) 못 잡았다
1년 9개월 만에 돌아온 하이킥 시리즈 3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숱한 화제와 기대 속에 방송이 시작됐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반전 캐릭터의 부족과 30, 40대 여성을 잡지 못한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MBC 제공
반복되는 폐경 유머도 여자들에겐 불편하다. 윤유선은 옆집 남자가 샤워하는 장면을 몰래 훔쳐보는 걸 남편에게 들킨 뒤에도 폐경 탓을 하고, 사사건건 폐경 탓을 하는 부인을 보며 안내상은 “폐경을 세계 최초로 했느냐”며 따진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민감한 소재를 웃음거리로 삼으니 불쾌하다”(조현숙)는 등의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김병욱 PD는 “출연자 중에서 할아버지와 아이가 없어져 온 가족이 편하게 보기 어렵기 때문에 시청률은 손해 볼 것으로 예상했다. 대신 메시지를 담은 일상의 다큐처럼 동시대성을 강조했다”며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은 오히려 쉽게 쓸 수 있지만,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드라마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