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소장
생후 3, 4개월 미만의 신생아가 우는 경우 태아 시절 들었을 법한 심장박동 소리, 숨 쉬는 소리, 엄마 아빠의 목소리 등을 녹음해서 들려준다면 과연 아기가 안정을 찾을 것인가. 이 경우 아기는 점점 더 불안해하고 엄마의 품을 찾아 더 애타게 울먹일 뿐이다. 이때 TV의 빈 채널에서 나오는 ‘쉬이 쉬이익’ 하는 잡음을 들려주면 울던 아기는 금방 울음을 멈추고 안정감을 찾는다. 어떤 부모는 진공청소기 소리를 들려주었더니 울던 아기가 안정을 찾았다고 하고, 연한 비닐을 만지작대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려주면 아기가 금방 밝은 표정을 짓는다고 한다.
사람의 목소리나 맥박 소리 등은 특정 음색을 나타내는 컬러 음이라고 볼 수 있고, 유아들이 소리를 듣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은 주로 불규칙하게 ‘스륵∼ 스륵∼’ 들리는 백색 잡음이다. 그렇지만 엄마 배 속 어디에서도 이런 유형의 잡음이 발생할 만한 곳은 없다.
유아보육 교과서에 태아가 엄마의 숨 쉬는 소리와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면서 성장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엄마의 숨 쉬는 소리가 양수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지만 엄마의 기도에서 하복부 아래로 전달되는 경로에서 소리가 차단돼 아주 미약하게 들린다. 또 심장박동 소리는 심장에서 심장판막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내는 소리인데, 이 소리는 주파수가 낮아 사람의 귀로는 잘 들을 수 없다. 다만, 심장의 활동에 따라 근육 스치는 소리가 ‘스륵∼ 스륵∼’ 하며 약하게 들릴 뿐이다.
그렇다면 태아가 주로 듣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 엄마가 안정을 취하면서 태아를 생각할 때는 주로 불뚝한 배를 어루만지면서 애정을 키워 나간다. 이때 태아의 귀는 불뚝한 배와 아주 근접해 있기 때문에 엄마의 정을 쓰다듬는 소리로 느끼게 된다. 배를 손으로 쓰다듬으면 그 소리는 “스륵 스륵”으로 나타나 피부를 스치는 소리가 마치 불규칙한 백색 잡음처럼 들린다.
임부는 불뚝한 배를 안고 가벼운 운동이나 동작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활동 시에는 배를 가리기 위해 비교적 가벼운 옷을 입고 다니는데 이 경우에도 불뚝한 배에 옷 스치는 소리가 태아의 귀에 바로 전달된다. 섬유 재질로 이루어진 옷이 배를 스치는 소리가 마치 “스륵 스륵” 하는 불규칙한 백색 잡음처럼 들리는데 태아는 이 소리를 엄마와 함께하는 즐거움의 소리로 느낀다.
따라서 태아기에 엄마의 배는 중요한 보금자리이고 배 주위에서 들리는 소리가 태아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배를 쓰다듬을 때 태아는 불규칙한 잡음을 엄마의 사랑으로 느끼므로 가급적 자주 그런 교감을 하는 것이 태아의 성장 발육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