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째 한국생활 삼성화재 가빈
가빈은 “벌써 세 번째 시즌이다. 이제는 팀 동료들이 진짜 가족 같다. 캐나다에 있는 가족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전지훈련에서 만난 일본 배구 관계자들에게 “가빈을 아예 귀화시키고 싶다. 내 아들로 입양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농담인 줄 알면서도 일본 관계자들은 잠시 긴장했다. 가빈이 대표팀에 뽑힌다면 한국은 일본이 넘을 수 없는 상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빈에게 신 감독의 말을 전하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서 뛸 것이냐고 물었다.
그에게 ‘가빈화재’ ‘몰아주기 배구’ 같은 말은 금기어다. 듣는 순간 표정부터 확 바뀐다.
“내가 득점을 많이 한 것은 동료들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완벽한 리시브와 세트(토스)가 없다면 그럴 수 없었다. 내가 다른 팀에 갔다면 여기에서처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빈은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팀이 통합우승을 했던 2009∼2010시즌에는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와 챔피언결정전 MVP를 독식했고, 팀이 정규시즌 3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믿기 어려운 활약을 하며 챔피언결정전 MVP로 뽑혔다. 첫 시즌에는 역대 최초로 1000득점을 넘기기도 했다. 올 시즌 목표는 뭘까.
“한 시즌 3000득점에 도전해 볼까? 농담이다. 내가 몇 점을 올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한 시즌 100득점에 그쳐도 팀이 이기면 된다. 미국프로농구 르브론 제임스(마이애미 히트)는 뛰어난 선수지만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적이 없다. 나는 시카고 불스를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던 마이클 조던이 되고 싶다.”
“삼성화재에 올 운명이었나 보다. 기분 나쁘지 않았다. 워낙 배구를 늦게 시작(2004년)한 데다 그때까지 프로 경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뽑힐 실력은 아니었다.”
가빈의 어깨에는 부항 자국이 선명하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부항을 뜨기 시작했다. 외국인 선수와 부항이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고 하자 손사래를 친다.
“혈액 순환도 원활하고 확실히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 사용하는 처방을 자주 이용한다. 캐나다에 있을 때도 침을 맞거나 부항을 떴다.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신 감독은 얼마 전 캐나다에 있는 가빈의 집을 다녀왔다. 그는 가빈의 어머니가 “삼성화재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성격까지 바뀐 것 같다. 더 쾌활해졌고 긍정적으로 변했다”며 고마워했다고 전했다. 동료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은 “가빈 같은 외국인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성격도 좋고 궂은일도 마다하는 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미시마=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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