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여행전문기자
그 배로 강을 오르내리던 중 귀에 익은 노래가 들려왔다. 까까머리 중학생 때(1970년대 초) 최고스타 남진 나훈아의 가요 못잖게 인기 짱이던 팝송 ‘프라우드 메리(Proud Mary)’였다. 가사 내용은 이렇다. 뉴올리언스나 멤피스 같은 대도시에서 뼈 빠지게 일했지만 희망을 발견할 수 없었던 청년이 다 때려치우고 여기 미시시피 강에 찾아와 히치하이킹(허락된 무임승차)으로 패들보트인 ‘프라우드 메리’에 오른다. 그리고는 뱃전에서 하염없이 돌고 도는 수차를 보며 넋두리를 되뇌는데 반복되는 후렴에 낙담한 심정이 녹아있다. “그래. 돌고 도는 수차처럼 내 인생도 돌고 돌아 어디로든 가겠지.” 가수 조영남이 부른 ‘물레방아 인생’이 바로 이 노래의 개사곡이다.
세상사 돌고 돈다는 걸 최근 ‘공유경제(Sharing Economy·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 트렌드를 소개한 기사(본보 10월 17일자 A1·3면)를 읽으며 새삼 확인했다. 공유경제의 핵심은 ‘나눠 쓰기’다. 릴레이라이즈(www.relayrides.com)는 노는 차를 헐값에 빌려주고 에어비앤비(www.airbnb.com)는 안 쓰는 집(혹은 방)을 싸게 임대한다. 돈을 받으니 거래임에 분명하나 애당초 빌려 줄 목적으로 투자한 게 아닌 데다 대가도 시장가격 이하니 사업은 분명 아니다. 아예 돈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무료숙박 중개사이트인 카우치서핑(www.couchsurfing.org)이 그렇다. 카우치는 소파다. 구미에서 소파는 손님 재울 침대의 대용품. ‘땡전 한 푼 없이 떠난 세계여행’을 쓴 미하일 비게(영상저널리스트·독일)의 남극까지 3만5000km 무전여행도 카우치서핑 덕분이었다.
나눠 쓰려면 양보와 인내, 배려와 존중심이 요구된다. 하지만 세상은 개인주의가 판친다. 거기서 이런 측은지심은 연목구어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건다. 비게가 책 끝머리에 남긴 한 줄 글이 근거다. ‘언론이 말하는 부정적인 인간상이 현실과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는다’던. 모든 문제를 사람을 통해 해결한 그의 무전여행 자체가 또 다른 ‘공유경제’였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