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정상회담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19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를 둘러싼 견해차보다는 공통의 이해와 가치를 더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모두발언을 통해 “역사를 잊지 말고 미래로 나가는 게 한일관계의 근간”이라고 말한 것은 회담 기류를 반영한 표현이다. 노다 총리는 한국을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로 묘사하면서 “대국적 견지에서 지혜를 모으자”고 말했다. 노다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는 A급 전범이 없다”던 과거 태도를 고쳐서 총리 취임 이후에는 “총리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왔다.
○ 과거사를 둘러싼 잔잔한 긴장감
과거사는 이날 정상회담의 정식 의제가 아니었다. 일본군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은 구체적인 현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총론적인 견해를 펴면서 일본의 성의 있는 자세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군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강한 어조’를 유지했다. 일본 측이 더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 첫머리에 “(독도, 일본역사교과서 등) 양국 간에 걸림돌이 되는 현안도 있지만 일본 총리가 성의를 갖고 적극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다 총리는 사전 준비된 모두발언을 통해 “가끔씩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대국적 견지에서 관계를 전진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어떤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군위안부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해 “대국적 견지에서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혜를 짜낼 수 있는 개인적인 신뢰가 (두 정상 사이에) 쌓였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 한일 FTA는 동상이몽
두 정상은 한일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가급적 빨리 논의를 재개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두 나라의 산업별 경쟁력이 다른 만큼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대통령도 “항상 양국이 윈윈해야 하며 업종별로 견해가 다르다”고 표현했다. 노다 총리는 “시기를 못 박을 건 아니지만 조기에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 MB의 일본 국빈방문
이 대통령은 일본 국빈방문 여부에 대해 “가겠다”는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초청에 고맙다”면서도 “수시로 만나자는 셔틀 외교에 합의하지 않았느냐. 적절한 협의를 통해 적절한 시기에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국빈방문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우리 정부는 독도, 역사교과서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인 만큼 다양한 의전행사가 중계되는 일본 국빈방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 왔다.
○ 추어탕 외교
지난달 뉴욕 회담에 이어 두 번째 만나는 두 정상은 추어탕을 화제로 우의를 다지기도 했다. 노다 총리는 전날 밤 서울에 도착한 뒤 추어탕 식사를 했다. 이 대통령이 먼저 “일본에 추어탕 요리가 있는 줄 몰랐다. 일본에 가게 되면 추어탕을 대접해달라”고 말을 꺼냈다. 노다 총리는 “일본에도 맛있는 추어탕이 여럿 있다”면서 “추어탕만 하면 실례니까 다른 것을 포함해 많이 대접하겠다”고 화답했다. 서민 출신인 노다 총리는 8월 민주당 대표경선에서 승리한 뒤 자신을 ‘미꾸라지’로 지칭하며 “진흙 속을 돌아다니는 미꾸라지처럼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