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 송은범의 연이은 호투로 SK는 한국시리즈에 한발 더 다가섰다. KIA와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송은범은 19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도 롯데 강타선을 6이닝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송은범이 환하게 웃으며 동료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문학|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선발 6이닝 무실점
시즌 끝난 후 수술 받아야 하는 팔꿈치
감기몸살 겹쳤지만 “할수있다” 자신감
초반고비 넘기며 6이닝 무실점 완벽투
#SK 우완 송은범(27)은 시즌을 마치면 팔꿈치 수술을 받아야 될 몸이다.
고든 외에 재활에서 돌아온 김광현, 신예 윤희상, 여기에 추가된 퍼즐이 송은범 선발 전환이었다.
이만수 감독대행, 김상진 투수코치는 정규시즌 막판부터 송은범 선발을 염두에 두고 조금씩 투구수를 늘려나갔다. 준PO 2차전 KIA전 선발에 80구(83구)로 맞춰놓더니 19일 PO3차전은 투구수를 정상궤도(98구)까지 올렸다.
18일 문학에서 만난 김 코치는 조심스레 “은범이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 4이닝 무실점 그 다음에 6이닝까지 끌어주면 승산이 있다”고 점쳤는데 귀신처럼 적중했다.
SK는 4회말 선취점을 뽑아냈고, 7회 이후 박희수∼정대현 불펜진을 가동해 롯데 강타선을 셧아웃 시켰다. 송은범이 버텨준 덕분에 이제 SK는 5년 연속 한국시리즈를 목전에 두게 됐다.
#송은범은 KIA 윤석민과 쌍벽을 이루는 프로야구 최고 우완이다. 150km대 강속구에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손장난’을 칠 줄 안다.
큰 경기 벼랑끝 위기일수록 더 강해지는 송은범의 배짱은 타고난 낙천성에 있다. “마무리를 맡으면 어차피 내 방어율 올라가는 것 아니니까 편하게 승부한다. 포스트시즌이면 어차피 연봉 고과에 포함 안 되는 보너스 경기니까 편하게 던진다.”
물론 특유의 유머감각이 담긴 발언이지만 19일 롯데전도 숱한 초반 고비(3회까지 5볼넷·3안타)를 넘겨서 롯데의 기세를 차단했다. 6이닝 4삼진 무실점의 감기몸살 투혼, 데일리 MVP는 당연했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SK에 1순위 지명된 송은범은 2003년 데뷔부터 기대주였다. 그러나 야구보다 패션이나 노는 데 더 정신을 팔았다. ‘풍류은범’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그랬던 송은범이 2008년부터 100이닝을 넘기기 시작했다. 몸이 아팠던 올시즌에도 33경기 78.2이닝, 8승8패1세이브4홀드를 거뒀다. 김광현-송은범이 무너지지 않는 한, SK 왕조는 건재하다.
● 김상진 투수코치
“바깥쪽 승부로 밸런스 찾아”
초반 팔의 타점이 낮아 몸쪽 공이 좋지 않았다. 바깥쪽 승부가 되면서 메커니즘을 찾은 것 같고,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유효적절하게 커브를 잘 섞었고, 제구가 낮게 되다보니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었다.
● 포수 정상호
“직구·슬라이더 잘 먹혔다”
몸쪽보다 바깥쪽 공이 좋았다. 특히 직구와 슬라이더가 좋았고 간간이 커브가 잘 먹혔다. 바깥쪽 제구가 잡혀가면서 안정을 찾았다. 준PO 때보다 점점 감을 찾아가는 느낌이다.
● 송은범
“6이닝 밖에 못 던져서 아쉬워”
이렇게 큰 경기에서 아파서 못 던진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6이닝밖에 못 던져서 아쉽다. 즐겁게 하려고 생각하고, 그 속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