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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국내복귀 선언 친정 삼성行 유력… 야구판 술렁

입력 | 2011-10-20 03:00:00

상처 입고 돌아온 사자, 다시 포효할까




동아일보DB

“내 마지막 바람은 삼성의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는 것”이라던 ‘국민타자’ 이승엽(35·오릭스·사진)이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감하고 내년 한국으로 돌아온다. 종착지는 친정팀 삼성이 유력하다.

이승엽의 부친 이춘광 씨는 19일 “승엽이가 일본 생활을 끝내고 내년에 한국에 오기로 결정을 내렸다. 아들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18일 소프트뱅크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뒤 일본 생활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구단에 전달했다. 오릭스는 이승엽의 거취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결정을 내린 뒤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지난해 12월 오릭스와 1년간 연봉 1억5000만 엔(약 22억1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내년까지 2년 계약을 했다. 본인이 원했다면 내년에도 팀에 남을 수 있었다.

이춘광 씨는 “올해 승엽이가 오릭스의 외국인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강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5월 둘째 아들 은엽이가 태어났는데 시즌 중반부터 자식 양육 문제로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전해 가족 문제도 귀국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8개 구단 어디와도 계약할 수 있지만 신인 시절부터 9년간 몸담았던 삼성 유니폼을 입을 게 확실시된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삼성 감독은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가능하다면 힘이 남아 있을 때 빨리 이승엽을 데려오고 싶다. 한 해에 30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는 실력이다. 한국 야구의 흥행과 발전을 위해서도 꼭 와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삼성 구단 역시 “이승엽은 우리 선수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협상 테이블을 차릴 것”이라고 했다.

2003년 삼성에서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세운 이듬해 일본 롯데에 진출한 이승엽은 8년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했다. 2005년 롯데에서는 30홈런을 치며 저팬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요미우리 이적 첫해인 2006년에는 타율 0.323에 41홈런, 108타점이라는 최고 기록을 남겼다. 이를 바탕으로 요미우리와 4년간 30억 엔(약 442억 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했으나 이후 부상과 부진으로 1, 2군을 전전하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올해 오릭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재기를 꿈꿨으나 타율 0.201에 15홈런, 51타점의 평범한 성적을 올렸다. 일본 통산 성적은 타율 0.257에 159홈런, 439타점.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삼성 외 구단 영입 땐 보상금 28억 내야 ▼

이승엽은 자타가 인정하는 삼성맨이다. 본인도 삼성행을 희망해 왔고 삼성도 이승엽의 복귀를 반기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승엽의 삼성 복귀는 기정사실이다. 돈으로만 따져도 삼성 외에는 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구단을 찾기 힘들다. 이승엽은 8년 만에 한국에 돌아오게 됐지만 FA 자격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국내 FA와 달리 전 소속 구단인 삼성에 우선협상권이 없다. 따라서 NC를 제외한 8개 구단 모두와 계약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을 제외한 다른 구단이 이승엽을 데려가려면 막대한 보상금을 삼성에 지급해야 한다. 이승엽이 2003년 6억3000만 원의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선수 보상이 없으면 28억3500만 원(FA 취득 직전 연봉의 450%), 선수 한 명을 주더라도 18억9000만 원(300%)을 내야 한다.

이승엽의 몸값은 별도다. 한때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였다. 이승엽의 실력을 인정한다면 연봉 10억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종전 한국 프로야구 최고 연봉은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받은 7억5000만 원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부친 이춘광 씨 “한국서 유종의 미 거둬야죠” ▼

“이제 일본 생활은 접고 한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

이춘광 씨(68·사진)는 아들의 국내 복귀를 반겼다. 그는 올해 초부터 아들이 일본에서 돌아오기를 바랐다. 3월 동일본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자 “한국으로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설득했다. 이승엽은 “오릭스와 2년 계약을 했고 일본에서 명예회복을 한 뒤 돌아가겠다”고 버텼지만 올 시즌 직후 귀국을 결심했다. 아직 힘이 남아있을 때 고국에서 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승엽이는 일본에서 큰 꿈이 있었던 게 아니다. ‘일본 야구를 경험하러 간다’고 했다. 그렇게 8년이나 일본에서 뛴 한국 선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엽이가 마지막까지 잘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바 롯데와 요미우리 우승을 도왔고 3번이나 30홈런 이상을 쳤으니 한국 선수로서 자존심은 지켰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류중일 감독이 ‘승엽이가 필요하다’고 한 만큼 이제는 삼성 구단에서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친정팀 복귀를 희망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