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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역사학 박사가 부르는 바로크 아리아

입력 | 2011-10-20 03:00:00

英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 내달 3일부터 한국 순회공연




LG아트센터 제공

영국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47)는 8년 전 친구로부터 ‘잠자고 있는’ 바로크시대 아리아 이야기를 들었다. 비발디가 18세기의 스타 테너 아니발레 파브리를 위해 썼지만 출판되지 않았고 결국 노래로 불리지 못한 작품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옥스퍼드대에서 ‘17, 18세기 마녀 연구’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던 이 학구파 성악가의 탐구정신이 발동했다. 그는 헨델, 비발디 등 당대 거장들이 앞다퉈 곡을 써줬던 바로크시대 테너들을 파고들었다. 그 성과를 그는 다음 달 한국 무대에서 선보인다. 12일 전화로 만난 그는 런던 자택에서 가을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슈베르트를 중심으로 한 독일 가곡(리트)을 노래한 적이 많았죠. 이번에는 바로크 오페라 아리아를 부릅니다. 18세기 곡들은 자연스럽게, 사실적으로 노래해야 하면서도 재즈 같은 자유로움, 다이내믹한 면을 갖췄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에요.”

그는 “내가 가진 인문학적 지식은 작품 해석과 직접 연관된다. 곡이 만들어진 시기의 배경과 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얼마나 다채롭게 노래할 수 있는지 배운다”고 설명했다.

슈베르트가 주를 이루는 그의 디스코그래피를 살펴보면 예전부터 헨델과 바흐, 퍼셀, 몬테베르디 등 바로크 음반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바로크 레퍼토리의 폭을 더 넓힌다. 칼다라의 오라토리오 ‘요아즈’ 중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네’, 보이스의 세레나타 ‘솔로몬’ 중 ‘남풍아 부드럽게 불어라’, 스카를라티의 오페라 ‘마르코 아틸리오 레골로’ 중 ‘어리석은 키잡이가 모른다면’ 등 잘 연주되지 않아온 노래들을 골랐다.

보스트리지는 최근 그의 연구 주제였던 바로크시대 성악가들에 대해서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탈리아 테너 파브리는 비발디의 오페라에 특히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지요. 비발디는 성악가의 개성을 돋보이게 하는 부분을 작품에 많이 반영했습니다. 헨델은 이탈리아 테너 프란체스코 보로시니를 위해 아리아를 작곡했습니다. 이들이 불렀던 노래를 지금 다시 부르는 일은 역사 속 인물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과업이며 스스로를 겸손하게 하는 도전입니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로크 앙상블 ‘에우로파 갈란테’와 호흡을 맞춘다. 그에게 18세기 테너 파브리의 존재를 알려준 친구가 바로 이 악단의 리더이자 시대악기(작곡 당시 쓰였던 양식의 악기) 연주자인 파비오 비온디(50)다. 에우로파 갈란테는 비발디의 ‘사계’를 파격적으로 해석한 연주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비온디가 연주하는 ‘사계’의 속도감과 강렬한 에너지는 유명하죠. 2000년에 바흐의 칸타타와 아리아를 그와 함께 녹음했는데 진정한 몰입을 경험했어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음악을 그와 함께 들려드리고 싶네요. 열정적인 한국 관객들을 만나는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훤칠한 키에 성악가로는 다소 호리호리한 스타일인 그에게 ‘몸매 관리’ 비법을 물었다.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지적인 면모를 보이던 그가 한참이나 파안대소하더니 “원래 이렇다”고 웃으며 답했다. 마지막 질문이 끝나자 그는 “오늘은 모처럼 쉬는 날”이라면서 “딸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하굣길에 기다렸다가 같이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둘러보고 산책도 할 것”이라고 자랑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i: 11월 3일 오후 8시 울산 현대예술관, 4일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6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8일 오후 7시 반 대전문화예술의전당. 3만∼9만 원.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