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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악몽의 가을

입력 | 2011-10-21 03:00:00


글로벌 경기 침체로 TV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LG디스플레이가 3분기(7∼9월) 5000억 원 가까운 영업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실적 발표 때마다 열었던 기자간담회를 취소했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는 체질 개선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호전된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LG디스플레이는 20일 기업설명회를 열고 올해 3분기에 매출 6조2687억 원, 영업손실 492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줄어들었고, 손실액은 2분기(4∼6월) 483억 원에서 10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낸 LG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누적 적자 3371억 원을 더해 연간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날 수도 있다.

지난해 말부터 유럽 및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TV시장이 예상보다 깊은 침체에 빠지면서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게다가 3분기 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손이 크게 늘었다. 꾸준히 발생하는 매출은 그때그때 환율에 따라 원화로 환산하지만 달러로 받아둔 선수금은 분기 말 환율을 일괄 적용해 손실처리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평가손실 등 비(非)경상요인을 제외한 3분기 실질 영업손실은 약 26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권 사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권 사장은 2007년 취임 후 매 분기 실적발표 때 기자들을 만나 영업현황을 설명했다. 2009년 3분기 한 차례만 기자들을 만나지 않았는데 당시는 직전에 열린 ‘한국전자전’에서 간담회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새로 밝힐 내용이 없어 따로 간담회를 갖지 않기로 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권 사장이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간담회 대신 보도자료를 통해 “품질과 시장점유율, 원가 등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에 비교적 선전해 왔으나 아쉽게 분기 말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환 평가손실로 영업손실의 폭이 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가 절감 및 재고 조정 등을 통한 체질개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호전된 결과를 빨리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LG디스플레이의 실적이 조만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터치스크린 시장이 커지는 것이 첫 번째 근거. LG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주도적으로 터치스크린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TV 수요도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최근 주력 3차원(3D) 패널인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희망적이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AVC에 따르면 올해 초 출시된 FPR 방식 3D TV는 9월 기준 중국 3D TV 시장의 52%를 점유하며 셔터글라스(SG) 방식을 앞섰다. FPR 방식 3D TV 패널은 현재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정호영 부사장은 “4분기에는 패널의 추가 가격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수요의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차별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원가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