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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결국 크로스라이선스로 타협할것”

입력 | 2011-10-21 03:00:00

세계 3대 IT-반도체 시장조사기관 ‘세미코리서치’ 펠드한 회장 방한




동부하이텍 제공

“글로벌 경제불안으로 침체에 빠진 반도체 시장이 내년 2월쯤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입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필수인 아날로그 반도체가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세계 3대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시장조사기관인 세미코리서치의 짐 펠드한 회장(사진)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깊은 침체에 빠진 반도체 시장의 터널 끝이 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글로벌 IT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은 결국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가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펠드한 회장은 “3분기(9∼11월)는 전통적으로 전자기기의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시장이 전 분기 대비 9∼13% 성장했는데 올해는 오히려 4% 마이너스성장을 했다”며 “올해 반도체 시장 전체는 1.4% 정도 마이너스성장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이 나빠진 것은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중 D램 평균가격은 지난해보다 26%나 떨어졌으며 낸드플래시도 약 15% 하락했다.

그러나 펠드한 회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특히 아날로그 반도체는 올해도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며 앞으로 빠르게 성장해 반도체 산업을 이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는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0.3% 줄어든 반면 아날로그 반도체는 출하량이 오히려 3% 늘었다”며 “2012년 전체 반도체 시장은 8%, 아날로그 반도체는 11%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로그 반도체는 디지털 신호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아날로그 신호로 바꾸거나 직류와 교류를 전환하거나 대기전력을 줄이는 전력관리 등에 쓰이는 반도체로 최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4를 뜯어보면 메모리 반도체 5종이 들어 있지만 아날로그 반도체는 파워칩, 오디오칩, 비디오칩, 디스플레이칩, 터치스크린칩 등 총 15종이 들어간다.

동부하이텍이 주최한 ‘아날로그 반도체 리더스 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펠드한 회장은 “대만의 로직반도체 회사들을 모델로 시작한 동부하이텍이 초기에는 고전했지만 4년 전부터 아날로그 반도체로 사업 방향을 바꾼 뒤 세계 1위 아날로그 반도체 특화 파운드리(주문회사에서 설계도를 받아 생산만 하는 반도체 회사)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또 펠드한 회장은 세계 반도체업계가 최근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두 회사 모두 IT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라며 “당분간 치열한 소송전을 벌이겠지만 두 회사 모두 파국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크로스 라이선스 등을 통해 일정부분 특허를 공유하거나 로열티를 지불하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며 “앞서 인텔과 AMD가 4년 이상 수많은 특허소송을 전 세계적으로 벌였지만 결국 2009년 크로스 라이선스를 합의한 것처럼 두 회사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관계”라고 지적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두 회사가 서로의 특허를 공유하도록 맺는 상호 계약. 양측의 특허가치가 같으면 상호 무상으로 사용하지만 한쪽의 특허 가치가 더 높으면 상대방이 그 차액만큼 보상해주며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일부 특허에 대해서는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