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빈대학 연구팀 ‘자동차의 의인화’ 인식 논문 발표
디즈니의 영화 ‘카2’ 중 한 장면. 동아일보DB
정말 관람객들은 차를 보고 사람처럼 느끼는 것일까. 금속과 유리로 만들어진 자동차에 이런 감탄사를 날리는 것이 상식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오스트리아 인류학자들이 실제로 사람들은 자동차를 보고 사람의 얼굴과 연결시켜 남녀와 노소를 판단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빈대학 인류학과 소냐 빈트하거 교수팀은 ‘진화와 인간행동 저널’ 11월호에 실리는 논문에서 사람들이 영화나 광고에서나 볼 수 있는 의인화된 자동차의 모습을 실제로 머릿속으로 떠올린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08년에도 사람들이 전조등의 형태와 앞유리 크기 같은 것을 보고 차를 사람의 얼굴로 인식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 전조등을 눈으로, 사이드미러를 귀로 대칭시켜 의인화해 보는 것인데, 실제로 1968년 폴크스바겐 비틀이 주인공으로 나온 ‘러브버그(The Love Bug)’부터 2006년 레이싱카가 주인공인 ‘카(Cars)’까지 영화는 인간의 본능을 영상으로 표현했다.
연구진은 서양인의 경우는 의인화된 자동차 관련 영화와 광고의 홍수로 인해 인식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해 자동차 광고가 거의 없고 차를 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시골에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자들은 89명의 에티오피아 시골사람과 40명의 오스트리아 사람들에게 46종류의 서로 다른 차를 보여주면서 성별과 친근감, 성격, 감정상태 등 19가지 사람의 특성으로 평가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오스트리아인들과 에티오피아인들 모두 같은 방식으로 차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작은 창이 있고, 얇고 길쭉하면서 뒤쪽이 넓은 헤드라이트를 가진 차를 보고 지배적 위치에 있는 성인 남성을 느꼈다. 즉 넓은 얼굴, 작은 눈과 이마를 가진 남성의 얼굴을 상상했다는 것이다. 응답자들은 많은 차들에 대해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전조등의 간격이 좁고 창이 큰 차는 ‘여성적’이라고 답변했다. 나이가 든 사람의 경우 젊은이들에 비해 코가 크고 길며, 입술이 두껍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도 라디에이터 그릴이 좀 더 크거나 그릴 밑 공기흡입구가 넓은 경우는 나이든 사람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빈트하거 박사는 “사물에서 사람의 얼굴을 찾으려는 경향은 먼 옛날 자연 상태에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이라며 “사물에서 사람얼굴을 보는 것은 모든 인류의 보편적 경향인 만큼, 이런 특성이 운전 성향과 차량 구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동아사이언스 기자 edmo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