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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 美 보딩스쿨… 中 학부모들 “우리가 봉이냐”

입력 | 2011-10-21 03:00:00

유학생 5년새 100배 급증… 학교서 영어 쓸 일 거의 없어
학비만 비싸고 진학률 저조




부친이 중국에서 의류수출업을 하는 쑨양썬 씨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환경을 찾아 2009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월섬의 기숙형 사립고등학교(보딩스쿨) 채플힐 챈시홀 스쿨에 입학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많이 진학한다는 중국 현지 소개업체의 말만 믿고 연간 학비 4만6000달러를 내고 들어왔지만 기대와는 영 달랐다. 우선 중국 학생이 룸메이트라 영어 쓸 일이 거의 없었다. 룸메이트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중국 학생이 너무 많아 맞춰줄 수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더욱 기막힌 것은 전체 학생 165명의 절반 가까이가 학습 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들이었다. 그 학교에서 2005년 이후 MIT와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에 입학한 학생은 코넬대 1명이 유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미국의 경기침체로 재정난을 겪는 일부 소규모 보딩스쿨들이 중국 현지 소개업체를 통해 중국 유학생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학생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토보안국에 따르면 2005년 보딩스쿨에 입학한 중국 학생은 65명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2010년에는 6725명으로 100배로 증가했다.

코네티컷 주 켄트에 있는 보딩스쿨인 마블우드 스쿨에 2009년에 입학한 관왕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기숙학생 155명 가운데 40명이 중국인이었다. 특히 이 학교의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평균 점수는 미 전체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전체 학생 140명 중 55%가 중국인인 뉴욕 녹스스쿨은 중국 학생들에게 연간 학비 5만5000달러 외에 추가로 ESL(외국인을 위한 영어수업) 학비 9600달러를 받고 있다.

미국에는 기숙사를 갖춘 초중고 사립학교가 2만7000개인데 교육 환경과 학업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톱클래스 보딩스쿨은 최고 수준의 영재들도 입학하기 어려우며 외국학생이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귀 통과하기 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재정난을 겪는 일부 소규모 보딩스쿨들은 장학금을 줄 필요 없이 학비 전액을 받을 수 있는 데다 ESL 수강비와 각종 부대비용까지 받을 수 있어 외국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