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에 치이고… 삼성-LG에 당하고… “TV사업은 사망 직전의 중환자”
세계 TV 생산 점유율 6위(올해 상반기 기준)인 파나소닉이 일본 내 TV 생산을 사실상 접었다. 완공한 지 1년 9개월밖에 안 된 최첨단 공장마저 포기했다.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르고 한국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더는 수출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의 사업 축소는 세계 TV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주력사업인 TV 사업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박형TV(薄型TV·액자처럼 벽에 걸어놓을 수 있을 만큼 가볍고 얇은 TV) 사업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에 들어가는 PDP를 생산하는 효고(兵庫) 현 아마가사키(尼崎) 제3공장 가동을 올해 안에 중단하고, 지바(千葉) 현 모바라(茂原) 시의 액정표시장치(LCD) TV용 액정패널 공장은 매각하기로 했다. TV 사업 인력도 수천 명을 줄이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현재 일본과 중국 4개 공장에서 PDP 생산을, 일본 내 2개 공장에서 LCD 패널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200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인 자사 TV 사업을 ‘중상을 입은 사망 직전의 환자’에 비유했다. 엔화 가치는 급등한 반면 삼성, LG와의 가격경쟁으로 TV 가격은 떨어져 ‘팔수록 적자를 보는 구조’에 빠졌다.
소니와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의 또 다른 TV 업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니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고 히타치도 올해 안에 TV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세계 TV 시장 점유율(판매액 기준)은 2005년까지만 해도 일본이 48%로 한국(21%)을 크게 앞질렀으나 지난해 한국(36%)이 일본(38%)을 맹추격해 올해 역전했다.
파나소닉의 TV 사업 구조조정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세계 LCD 패널 산업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TV 시장이 LCD TV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PDP TV를 고집해온 파나소닉이 사실상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또 파나소닉이 LCD용 패널공장까지 매각하면 경쟁사가 줄어 살아남은 경쟁 기업에는 숨통이 트이는 효과도 있다.
권성률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한국의 LCD나 반도체 기업이 50만큼 힘들다고 하면 일본 기업은 100 이상 힘든 구조”라며 “업계가 한 차례 정리되고 나면 한국 기업에는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