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형남 논설위원
6자회담 대표 너무 자주 바꾼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어서 공직자에게는 재임기간에 관계없이 큰 영예다. 그러나 국민의 시각은 다르다.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자주 교체하니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기가 부족한 것으로 비친다. 말로는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겠다면서 협상 책임자를 수시로 바꾸는 정부가 미덥지 않은 것이다.
리비아 사태는 북한의 핵 집착을 부추길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월 리비아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무력개입이 시작되자 “미국이 떠들기 좋아하는 리비아 핵 포기 방식이란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상대를 얼려 넘겨 무장해제를 성사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방식”이라며 “선군(先軍)의 길은 천만 번 정당하며 그 길에서 마련된 자위적 국방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더없이 소중한 억제력”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무아마르 카다피가 무자비한 자국민 학살로 NATO의 개입을 자초한 사실은 외면하면서 핵 무장을 정당화하는 핑계 찾기에만 급급하다. 카다피가 처참하게 죽는 것을 본 김정일이 필사적으로 핵에 매달리면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가능성은 더 희박해질 것이다. 끈기도 치열함도 없는 6자회담 대책으로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다.
김정일의 핵 집착은 더 강해질 텐데
이명박 정부는 ‘비핵 개방 3000’을 대북 정책의 근간으로 내걸고 출범했다. 내년이면 2002년 북한의 농축우라늄 핵개발 문제가 불거진 지 10년이 된다.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거나 확실한 해결의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넘어가면 북한의 핵 보유는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 된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정부에 이어 버락 오바마 정부까지 북핵을 이대로 놔두면 평화적 해결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북핵 해결을 위해 어떤 족적을 남길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법을 6자회담 대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5년의 협상 끝에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1027명을 내주고 억류됐던 병사를 구출했다. 16개월 뒤 이 대통령의 입에서 “5년은 짧다”는 변명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