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리학의 최전선/아닐 아난타스와미 지음·김연중 옮김/492쪽·2만4000원·휴먼사이언스
남극 대륙의 성층권에서 반물질의 존재를 탐지하기 위해 띄워 놓은 거대한 헬륨 기구. 기구는 세 시간 이내에 섭씨 영하 45도의 낮은 온도를 이겨내며 성층권에 오른다. 휴먼사이언스 제공
이처럼 물리학의 전 역사에 걸쳐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은 서로를 이끌거나 발판을 마련해주면서 인류가 거대한 지적 발견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론물리학과 실험물리학의 선순환은 정체 상태에 놓였다. 현대 물리학이 우주론과 입자물리학에서 난관에 봉착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물리학자는 현재 물리학계의 난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실험물리학에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물리학이 직면한 퍼즐의 키워드는 ‘암흑에너지’와 ‘질량의 기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물리학의 거대한 난제에 도전하는 지구촌 곳곳의 실험물리학 현장을 쫓는다.
우주에서 오는 미세한 단서를 감지하기 위해선 오염이 덜 된 지역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실험물리학자들은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 미국 미네소타 지하 탄광, 칠레 파라날 산처럼 일반인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할 곳에서 암흑 에너지, 뉴트리노(중성미자) 등과 싸우고 있다.
실험물리학자들은 미국 미네소타 지하 탄광에선 지상에서 700m나 내려가고, 바이칼 호수에서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견디며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이처럼 현장을 따라가면서 독자는 물리학자들을 괴롭히는 숱한 난제들의 실체, 특히 ‘암흑에너지’와 ‘질량의 기원’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다. 1990년대 천체물리학자들은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함으로써 중력에 대항해 우주를 밀어내는 거대한 척력(斥力)인 암흑에너지를 상정하게 됐다. 우주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에너지이지만 이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거의 없다. 이미 수십 년간 천체물리학자들을 괴롭혀 온 암흑물질에 추가된 난제다. 암흑물질은 은하 질량의 90%를 구성하지만 보이지도 않으며 역시 정체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질량의 기원과 관련한 연구를 위해 실험물리학자들은 반물질과 힉스보손, 뉴트리노 등의 입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빅뱅 초기에 물질과 함께 생성돼 지금은 자연 상태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 반물질처럼 이 입자들은 우주 내의 모든 존재를 설명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들이다. 이론물리학자들은 끈 이론을 이용해 블랙홀이나 빅뱅처럼 거대한 중력이 미세한 부피 안에 구겨 넣어지는 상황에서 미세입자에 적용되는 양자역학 법칙을 우주를 설명하는 일반상대성 이론과 결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론으로만 머물 뿐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물리학자들은 겨우 작은 언덕에 올랐을 뿐이다. 이제 정상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으로 우주의 새로운 이해를 향해 가파른 계단을 오르려 하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