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현재의 조사 방식으로는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여론조사가 정확성을 갖추려면 현재의 집 전화 중심의 조사 방식에서 탈피해 표본을 더욱 정교히 추출하고 응답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① 표본 정확도 높여야
문제는 두 방법 모두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유선번호만 활용한다는 것. 번호부에 오른 가구는 전체의 30∼40%에 불과한 데다 젊은층은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가 많아 20, 30대의 정확한 표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투표에서는 젊은층의 지지를 많이 받는 후보가 여론조사 때보다 더 많이 득표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표본이 전체 유권자를 대표하지 못하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선거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다.
② 휴대전화 방식 도입해야
이 때문에 휴대전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한국정치조사협회가 지난달 20∼22일 서울시 유권자 3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선전화 조사에서는 박원순 후보(42.6%)와 나경원 후보(35.2%)의 격차가 7.4%포인트였지만 휴대전화 조사에서는 박 후보(49.6%)와 나 후보(30.8%)의 격차가 18.8%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경택 엠브레인 리서치연구소장은 “젊은층의 의견을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휴대전화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③ ‘다시 걸기’로 응답률 높여야
선거 경험이 많아 여론조사 노하우가 축적된 미국은 무응답자들에게 7, 8회까지 반복해 전화를 거는 ‘다시 걸기(Call Back)’ 방식을 함께 써 응답률을 30% 수준까지 높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유선전화뿐만 아니라 휴대전화에도 이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조사기관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다시 걸기’를 하지 않는 곳이 많다.
④ 조사 방식 융합해 한계 보완해야
휴대전화 방식과 ‘다시 걸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권자의 휴대전화번호를 많이 확보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고, 가입자의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응답률을 높이기 어렵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휴대전화 번호가 특정되면 신원이 노출되기 때문에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지 않게 되는 것. 휴대전화에는 지역번호가 없어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 특정 지역 여론을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이 소장은 “임의번호걸기(RDD)와 휴대전화, 다시 걸기 방식 등을 복합적으로 하면서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⑤ 시간과 비용 아끼지 말아야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언론, 여론조사기관, 시민 등이 공동 참여해 여론조사를 분석하는 ‘여론조사평가심의회’와 같은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며 “‘조사실명제’를 도입해 여론조사기관에 책임감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