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조 공로 ‘경찰의 날’ 특별초청 받은 여동규 일경
“이 자리 서야 할 사람은 조민수 首警님” 눈시울 붉혀

여동규 일경은 함께 작전에 나가 어린이를 구하다 숨진 조민수 수경과의 추억을 얘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7월 27일 조민수 수경의 부사수 여동규 일경(20·경기지방경찰청 기동11중대)은 사건 당일 목까지 물이 차오른 도로를 걸으며 물살에 휩쓸려 가지 않기 위해 조 수경과 팔을 끼고 걷고 있었다. 이들은 호우에 피해를 당한 주민을 돕기 위해 순찰 중이었다. 급류에 어린이가 휩쓸려가자 조 수경은 “야, 꼬맹이다. 꼬맹이”라며 여 일경의 팔을 뿌리치고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여 일경은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찰의 날’ 행사에 특별 초청됐다. 급류에 휩쓸린 시민들을 구조한 공로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여 일경의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했지만 그는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이 자리에 있어야 할 사람은 민수 형인데….”
“저를 편하게 느꼈는지 민수 형은 가족 얘기를 많이 했어요. ‘사춘기 때 부모님 속을 많이 썩여 죄송하다’ ‘아버지와 서먹서먹한데 어떻게 하면 친해질까’ 하는 말을 자주 했어요.”
경기도 일대에 폭우가 내린 사고 당일 조 수경은 출동 직전에도 수원에 사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그는 어머니가 아버지를 등 뒤에서 껴안고 있는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에 저장해놓은 아들이었다.
어머니 승남희 씨(47)는 아들의 장례식 때 여 일경을 껴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날 여 일경은 조 수경이 남긴 메모와 노트 등 유품을 챙겨왔고 생전에 조 수경이 했던 얘기를 전했다. “어머니가 나 때문에 많이 울어 늘 미안하다” “아버지랑 술 한잔만 더 하면 서로 장난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가 승 씨에겐 아들의 유언이었다. 승 씨는 “내 아들이 옆에 있는 것 같다”며 여 일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 일경은 9일 조 수경의 추모비 제막식 때 그를 기리는 헌시를 낭독했다. ‘차갑고 어두운 물속으로 자신을 내던지는 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물살에 휘감긴 귓가엔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른거렸겠지요.’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