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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일의 ‘내사랑 스포츠’]“벵거 감독! 박주영을 왜 데려갔소?”

입력 | 2011-10-23 08:47:00


박주영은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축구 천재' 박주영(26·아스널)에게 최근 '원샷 원킬'이라는 별명이 하나 더 생겼다. 축구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활약상을 감안하면 '슛 한번에 한 골'을 의미하는 이 별명이 딱 들어맞는 것 같다.

박주영은 9월2일 레바논과의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9월6일 쿠웨이트전에서 1골, 10월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 2골, 10월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서 또 한 골을 터뜨렸다.

한국축구대표팀이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기록한 10골 중 7골을 박주영 혼자서 기록했으니 가히 현재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라 할만하다.

그런데 이런 박주영이 소속팀 아스널에서는 주전은커녕 경기에 출전조차 못하고 있으니….

한국축구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는 31위에 머물러 있지만, 아시아의 대표적인 축구강국인 건 분명한데 이런 한국축구 최고의 스트라이커가 벤치에만 앉아 있어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박주영은 아스널 유니폼을 입은 지난 8월 이후 출장 기회를 단 한번 밖에 얻지 못했다. 그것도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아닌 칼링컵 3라운드에서 4부 리그 소속의 슈루즈베리타운전에서였다. 이때 71분을 뛰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널 홈페이지


아스널 팬들도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박주영을 기용하지 않은데 대해 적잖은 불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서울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대표적인 축구팬 사이트인 '풋볼팬캐스트'에 올라온 '아스널의 선수 영입은 해답보다 궁금증을 더 많이 남긴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박주영이 대표팀에서는 연속골을 넣으며 꾸준히 자기 몫을 하고 있는데 벵거 감독은 그를 왜 리그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지 의문"이라는 내용의 글이 최근 게재됐다.

또 한 팬은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풀로 소화해내는 선수인데 리그 경기 20~30분을 뛸 준비가 안 돼있다는 논리가 맞는가? A매치에서 연속골을 넣고 있는 박주영으로 활용하라"고 적었다.

싱가포르의 스포츠전문매체 ESPN 스타스포츠 인터넷판도 10월16일 선덜랜드전이 끝난 뒤 "시오 월콧 대신 박주영을 넣었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월콧은 부지런히 동료들과 1대2 패스를 시도했지만 불행히도 상대 왼쪽 수비수 키어런 리차드슨에게 저지당했다. 월콧 대신 박주영에게 프리미어리그 데뷔전 기회를 줬어야 했다"고 썼다.

그러나 이런 외부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벵거 감독은 박주영에게 프리미어리그 데뷔 무대를 좀처럼 마련해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여러 축구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런 벵거 감독의 생각에 동의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이유는 우선 현재 아스널 공격진을 볼 때 박주영이 선발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는 게 없다는 점이다.

지난 8월 아스널에 입단한 박주영. 아스널 홈페이지



아스널의 주전 스트라이커는 네덜란드 대표팀의 주전인 로빈 판 페르시다. 또 잉글랜드축구의 샛별로 떠오른 시오 월콧, 러시아대표팀의 주전인 안드레이 아르샤빈,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제르비뉴, 이스라엘 출신의 요시 베나윤 등이 공격진을 이끈다.

중앙 스트라이커와 윙 포워드까지 공격수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박주영이지만 위에 언급한 아스널 주전들보다 한 수 위라고는 객관적으로 말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군복무를 하기 전 마지막 활약할 팀으로 아스널을 정한 것으로 알려진 박주영이 앞으로 선발 자리를 굳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은 단 한가지다. 단 몇 분 기용되더라도 특유의 공격 감각을 최대한 발휘해 박주영이 유럽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원샷 원킬'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아스널 구단에서도 국가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활약상을 잘 알고 있고, 구단 홈페이지에서 박주영의 득점 행진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주영이 골을 넣은 상대팀이 FIFA 랭킹 96위의 쿠웨이트와 113위의 UAE, 146위의 레바논으로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프리미어리그의 팀들 보다는 한 수 아래의 팀으로 인식되고 있어 박주영의 골 퍼레이드에 큰 점수를 주지 않는 경향도 있다.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골잡이 박주영.

축구팬의 한사람으로서 이런 박주영이 더 이상 벤치만 덥히고 있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