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단위 자율형사립고는 중학교 성적이 상위 50% 이내인 학생들이 지원해 면학분위기가 좋은 편이다. 신입생은 추첨을 통해 최종 선발된다. 동아일보DB
특히 제일 먼저 원서접수를 시작하는 지역단위 자율형사립고(자율고)를 두고 진학을 고민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적지 않다. 고민의 핵심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자율고에 진학하면 내신 관리가 어려워 대입 수시전형을 쓸 때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것. 자율고 선발방식은 지역별로 다르나 서울지역 26개 학교의 경우 중학교 성적 석차백분율이 50% 이내인 학생 중에서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학교 내신 상위권 학생들에게 자율고 선택이 불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설사 내신 성적이 떨어진다고 해도 수시전형엔 논술고사, 면접고사 등 이를 만회할 다양한 평가요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한양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에선 내신 성적 뿐 아니라 비교과 활동 및 실적도 평가에 반영하므로 교내외 활동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허철 진학사 입시분석실 연구원
수능 대비 측면에선 오히려 자율고 진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교육과정을 최대 50%까지 학교 뜻대로 편성할 수 있는 자율권을 가지므로 변화하는 수능에 빠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 중3들이 치를 2015학년도 수능은 지금과 크게 달라진다. 우선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탐구영역 최대 응시과목 수를 현재 3과목에서 2과목으로 축소하는 것. 또 교과과정과 시험내용을 일치시키려는 취지에 따라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으로 부르던 과목 이름을 국어 수학 영어로 바꾼다. 학교 교육품질에 따라 입시 결과가 달라질 확률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수능에서 평가하는 내용에도 변화가 생긴다. 국어는 독해력 평가 중심으로, 영어는 실용영어 활용능력 평가 중심으로 바뀔 예정. 국어는 듣기문항을 폐지하고 지필평가로 대체하는 반면, 영어과목 듣기 문항은 지금보다 8개 늘어난 25개 문항(전체 문항의 50%)을 출제한다. 말하기, 쓰기 평가를 강화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도 이르면 2016학년도부터 수능 영어과목을 대체하고, 이에 앞서 2013학년도부터는 대학 수시전형에 일부 활용될 계획이다. 이렇게 과목마다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자율고의 자유로운 교과 편성이 유리할 수 있다.
자율고 면학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교과 편성이 자유롭고 면학 분위기가 좋은 가운데 본인 스스로 학업에 대한 의지만 갖춘다면, 자율고는 학습역량을 한 단계 더 올릴 수 있는 좋은 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