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신용카드사의 수익구조를 분석해 보면 이 비판이 일리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용판매, 순익비중 높지 않아
삼성카드는 상반기 동안 고객에게 부여하는 할인 및 포인트 등 마케팅비용으로 1832억 원, 전산 프로세스 비용 1220억 원, 지급결제대행사(VAN) 등에 지급하는 수수료로 471억 원을 각각 썼다. 카드업계는 내년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를 1.8%이하로 낮추고 중소가맹점의 적용범위를 넓히기로 함에 따라 각 사별로 약 500억 원씩 추가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에 따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할인 및 포인트 비용 축소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다른 고정비용은 시스템 재편이 필요하거나 VAN사와 마찰 등으로 당장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논리대로 하면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객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 불가피한 것처럼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중 포인트 적립이나 항공 마일리지, 캐시백 등으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전체의 78%에 이른다. 전체 20개 은행 및 전업계 카드들은 지난해 마케팅비용으로 총 3조6805억 원을 지출했다. 이중 78%인 약 2조8700억 원이 고객 혜택이라고 볼 때 고객 1인당(경제활동인구 기준) 연간 약 11만2100원의 혜택을 본 셈이다.
●수수료 손실 고객에만 부담 안돼
하지만 카드사들이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손실 피해를 전부 일반 고객들에게 떠넘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카드사들은 그동안 할인 및 포인트 등을 이용한 과당경쟁으로 고객을 끌어 모으며 '덩치 키우기'를 해왔다. 이제 와서 수수료율 인하로 손실을 보게 되자 자신들의 덩치는 그대로 놔둔 채 고객 혜택만 줄이겠다는 발상은 옳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국내 신용카드 시장의 과도한 고객 혜택을 통한 경쟁을 문제 삼고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도한 포인트나 할인은 결국 거래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결국 그 피해는 가맹점이나 신용카드를 쓰지 못하거나 이용한도가 안 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취약계층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현금서비스 등 다른 곳에서 얻은 이익으로 손실을 보전하라'고 카드사들을 몰아세우지만 이 역시 본업인 신용판매 부분의 손실을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상대로 한 고금리 대출이익으로 채우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 대안으로 마케팅비용 중 약 20%에 해당하는 광고비나 모집인 비용을 줄이거나 지급 결제시스템을 재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VAN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결제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한다. 카드사 스스로 거래비용이 많아 드는 신용카드 발급을 자제하고 체크카드를 많이 보급하도록 노력해야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수수료 손실을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고객들에게 넘기는 것은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며 "먼저 정보기술(IT) 개발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거나 방만한 경영부터 고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중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