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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法-檢-辯 ‘황당 3박자’… 합의부사건을 단독심에 잘못배당

입력 | 2011-10-26 03:00:00

이의제기 없어… 1심 다시 받아야




전주지법 군산지원 A 판사는 올 7월 특수절도와 현주건조물방화,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황모 씨(26·무직)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황 씨는 지난해 12월 전북 군산시 조촌동의 한 가정집에 들어가 현금을 훔치는 등 22차례에 걸쳐 금품을 절취하거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황 씨는 또 가정집에 침입해 훔칠 물건이 없자 일회용 가스라이터로 불을 지른 혐의도 받고 있다. 황 씨는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자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A 판사가 ‘깜짝 놀랄’ 결정을 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현주건조물방화는 형법 제164조 제1항에 해당하는 죄로서 법정형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단독 판사가 아닌 합의부가 1심으로 심판했어야 할 사건인 만큼 직권으로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사건을 전주지법 군산지원으로 이송했다”며 “황 씨는 1심 재판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판사는 물론이고 검사나 변호사 누구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아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며 “피고의 혐의가 너무 많아 헷갈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A 판사도 “합의부 재판 사건을 단독 사건으로 착각해 처리했다”며 실수를 인정했다.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