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현재 농식품부에 접수된 AI 및 구제역 신고 건수는 1건도 없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상황뿐 아니라 구제역이 발생한 중국 파라과이, AI가 발생한 인도 이란 등지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구제역과 AI에 대비해 수하물까지 꼼꼼하게 검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발병해 올해 봄에서야 종결된 AI와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 수는 소와 돼지, 닭 등을 포함해 총 996만 마리에 이른다. 일선 농민들 사이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을 앞두고 “올해도 구제역과 AI가 퍼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관계 당국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소·돼지가 걸리는 구제역은 비교적 재발 위험이 낮은 반면 닭이나 오리가 걸리는 AI는 여전히 재발 가능성이 높아 관련 농가의 적극적인 방역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소-돼지 구제역 ‘파란불’
돼지의 경우 현재도 계속 백신접종을 하고 있다. 올해 백신을 맞힌 돼지만 4660만 마리에 이른다. 농림부 방역관리과 관계자는 “돼지의 경우 소와 달리 6개월 키우고 바로 도축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수시로 변한다”며 “현재까지 1차 백신접종을 끝냈다”고 설명했다. 국내 축산농가에서 기르는 돼지의 항체형성률도 기준(60%)을 넘는 70% 이상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백신을 미리 맞혔기 때문에 지난해와 달리 피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구제역이 확산된 원인으로 지목됐던 ‘축산농민의 해외여행 후 유입’ 문제가 비교적 꼼꼼히 관리되는 것도 청신호다. 7월부터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축산농민이 해외여행을 할 경우 정부에 사전신고를 하고 여행 후 입국 시 소독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백신을 맞혀도 구제역이 계속 발생했지만 한국처럼 일시에 모든 가축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한 곳은 없다”며 “국내에서 당분간 구제역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장에서 백신 접종을 기피할 경우 소규모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모든 소 돼지에게 백신을 접종했어도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우선 구제역 유형에 따라 백신 효력이 없는 구제역이 있다. 국내에서 접종한 백신은 아시아에서 발생한 이력이 있는 3가지 구제역(A형·O형·아시아 1형)을 한꺼번에 방어할 수 있는 3종 혼합백신이다.
하지만 구제역은 총 7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는 나머지 4가지 유형(SAT 1형, SAT 2형, SAT 3형, 아프리카 C형)이 유입될 경우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 또 간혹 예방접종을 소홀히 하거나 예방접종을 중단한 사이에 구제역이 발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백신 접종을 ‘하다 말다’를 반복해 구제역 재발이 잦았던 대만의 경우를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닭-오리 AI는 ‘빨간불’
AI는 언제든 다시 창궐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전파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겨울 축산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방역해야 하는 분야가 AI라고 경고한다. 날씨가 추우면 철새가 양계장 주변으로 배회하게 된다. 지난해 AI가 창궐한 것도 눈이 많이 오고 먹이가 없는 상황에서 야생조류가 양계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역시 추운 겨울이 예보돼 있다.
농림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닭은 총 1억1684만 마리(6월 1일 기준)가, 오리는 1353만5000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하지만 소, 돼지와 달리 백신 접종은 이뤄지지 않았다. AI의 경우 종류가 144개나 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농림부는 설명했다. 이 때문에 철새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충남 천안 천수만, 전북 만경강 등 전국적으로 총 65개 철새도래지가 존재한다. 도래지를 중심으로 반경 3∼10km 안은 위험지역이다. 이 지역 안에 있는 축산농장의 경우 언제든지 철새로 인해 AI가 확산될 수 있다.
모인필 충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AI 예방을 위해선 특히 오리를 잘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년 AI가 오리농장부터 발병이 시작될 뿐 아니라 오리의 경우 닭과 달리 AI에 걸려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닭은 AI에 걸리고 3, 4일 지나면 부화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등 가시적인 변화가 있지만 오리는 며칠간 사료 섭취량이 줄다가 곧 회복된다. 채 교수 역시 “지금 시점에서 오리농장을 대상으로 AI 혈청검사 등을 강화해야 올해 AI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