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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만수야 항의하지 말그래이”

입력 | 2011-10-26 03:00:00


이만수 SK 감독대행은 23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이기고 난 뒤 “대구 팬들 절반은 나를 응원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의 홈인 대구에서 열리는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그러나 이 대행은 하루 뒤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는 “내 고향은 강원 철원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구는 고향이나 마찬가지여서 농담으로 한 얘기다. 대구 팬들은 당연히 삼성을 응원할 것이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25일 대구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삼성에 압도적인 응원을 보냈다. 이 대행이 “농담 삼아 한 말”이라며 물러섰듯이 팬들의 절반이 그를 응원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대구 팬들은 대구에서 중고교를 다니고 1982년부터 1997년까지 16시즌을 삼성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 대행에게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보였다. 경기 시작에 앞서 양 팀 소개 때 SK 선수들의 이름이 불리자 간간이 박수만 보내던 팬들이 이 대행의 이름이 나오자 함성과 함께 “이만수, 이만수”를 연호했다. 이 대행이 4회 초 이호준의 병살타 때 2루심의 판정에 항의하기 위해 더그아웃에서 달려 나오자 나이 지긋한 팬들은 친근감 있게 “만수야” 하고 불러댔다. “만수야, 다른 데 가서는 몰라도 여(여기)서는 항의하고 그라마(그러면) 안 된다.”

대구상고(현 상원고) 3학년 때 이 대행과 같은 반이었던 동기들을 포함한 동문 40여 명은 ‘헐크 이만수 파이팅’이라고 적은 현수막을 들고 경기장을 찾아 고향 팀의 적장이 돼 대구를 찾은 친구를 응원했다.

대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