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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치욕… 경찰 쪽으로 피신해 잡고있던 조폭, 다른 조폭이 찔러도 전혀 손못썼다

입력 | 2011-10-26 03:00:00

‘인천 칼부림’ 감찰서 드러나… 경찰청장 “총 쏴서라도 제압을”




21일 발생한 인천 조직폭력배 사이의 회칼 칼부림은 경찰관이 한 폭력조직의 조직원을 붙들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폭력조직의 조직원이 쫓아와 저지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조폭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한 경찰도 문제지만 조직폭력배가 공권력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조직폭력배에게는 경찰관이 곧바로 총기를 사용해 제압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 폭력조직 싸움에 경찰은 방관자?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5일 “장례식장 주변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크라운파 조직원 L 씨가 신간석파 조직원 K 씨를 피해 경찰차 앞으로 왔다가 경찰관에게 붙들린 상황에서 K 씨의 흉기에 찔렸으며 당시 경찰관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청의 자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재구성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K 씨와 말다툼을 벌였던 L 씨는 21일 오후 11시 30분경 장례식장 앞에서 K 씨와 그의 후배 조직원 1명이 신문지로 돌돌 만 것을 들고 다가오자 회칼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몸을 피하기 위해 장례식장 앞에 세워진 경찰차를 향해 달렸다. 대기 하던 형사들은 조직원들이 쫓고 쫓기는 장면을 몸싸움이 시작될 조짐으로 보고 경찰차 앞으로 온 L 씨를 붙잡았다. 바로 그때 뒤따라오던 K 씨가 흉기를 꺼내 L 씨의 어깨와 허벅지를 찔렀다. 당시 형사 3명이 피해자를 양옆에서 붙들고 있었고 경찰차 안에도 형사 2명이 있었다. 경찰은 이후 전자충격기를 꺼내 K 씨를 제압했지만 K 씨와 함께 흉기를 들고 뒤에 서 있던 조직원은 놓쳤다.

경찰 관계자는 “L 씨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뛰어온 것으로 보이는데 워낙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경찰관들이 일단 피해자를 붙잡은 것 같다”며 “뒤에서 쫓아오던 K 씨의 칼이 신문지에 돌돌 말려 있는 데다 주변이 어두워 가해자가 칼을 소지한 사실을 식별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조직폭력배들이 이처럼 경찰의 공권력을 만만하게 보고 경찰 앞에서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한 것은 그동안 경찰이 조직폭력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왔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경찰청 감찰 결과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장례식장에 추가 경찰력이 투입된 시점은 칼부림이 난 지 50여 분이나 지난 뒤였다. 시민의 신고를 접수한 뒤 2시간 반이 지났을 때였다.

중상을 입은 L 씨가 속한 크라운파 조직원들은 K 씨가 경찰에 잡힌 뒤에도 현장에 남아 경찰관들을 향해 “(K 씨를) 우리한테 넘겨라. 우리가 알아서 처리하겠다”며 위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한 기동타격대 등 경찰관 200여 명은 양측 조직원 100여 명을 향해 해산 경고방송만 했을 뿐 검거에 나서지 않았다.

○ 조현오 경찰청장 “조폭에게 총기 사용하라”

조현오 경찰청장은 25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조폭에 주눅이 드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과감한 공권력 집행을 위해 조폭은 인권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조 청장은 “경찰이 사격훈련을 뭐 때문에 받나. 조폭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행사할 때만큼은 총기를 쓰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은 ‘조폭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최근 ‘기업형’으로 진화한 조폭들이 합법을 가장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는지 등을 파헤쳐 엄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들이 공공장소에서 단체로 90도 경례를 하는 등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는 사소한 행위도 경범죄로 처벌하겠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