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
막걸리에는 프랑스인들의 역설을 뛰어넘을 놀라운 건강 증진 물질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됐다. 막걸리는 곡류를 이용한 발효식품으로 다른 주종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낮고 위에 부담이 거의 없으며 단백질과 식이섬유, 당질이 함유돼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연구팀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를 마실 때는 급성 췌장염에 걸릴 확률이 50% 이상 증가하지만 알코올 도수가 낮은 양조주를 마실 경우 그렇지 않다고 발표했다. 또 막걸리에는 다량의 효모와 유산균이 있고, 이 유익한 균들이 생산한 다양한 유기산과 각종 유용한 생리활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막걸리를 빚는 전통 누룩에는 급성 및 만성 위궤양 억제, 적포도주에서 발견된 혈소판 응집에 의한 혈전 감소,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염증 매개체 생성 억제, 암세포 전이 억제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동물실험에서 밝혀졌다. 막걸리에는 퓨린 계열 물질이 적어 다른 주종에 비해 통풍 유발 가능성이 매우 낮고, 피부의 주름을 제거하고 피부를 희게 하는 활성이 있다. 또한 항암물질로 알려진 파네졸이 포도주나 맥주보다 10∼25배 더 많이 들어 있다. 상기 결과는 프렌치 패러독스를 뛰어넘는 성과로 막걸리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하면 머지않아 한국인들의 역설, 즉 코리안 패러독스가 만들어질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쌀을 수확해 햅쌀 막걸리가 처음 제조되는 시점을 고려해 매년 10월 마지막 목요일을 ‘막걸리의 날’로 지정했다. 첫 행사가 올해 10월 27일 열린다. 프랑스가 그해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 ‘보졸레누보’를 매년 11월 세 번째 목요일에 세계에서 일제히 판매하는 것을 벤치마킹하여 지정한 것으로 우리 술의 우수성을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에게도 널리 알릴 수 있는 행사다.
최근 학계에서는 막걸리의 기능성에 대한 작용 기전을 규명하고 그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머지않아 프렌치 패러독스를 뛰어넘는 코리안 패러독스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박현진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