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에서 은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다.
신치영 기자
미국처럼 대규모 시위의 양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은행에 대한 일반인의 반감은 미국 못지않은 듯하다. 예금과 대출 금리차에 따른 예대마진과 높은 수수료로 큰 돈을 벌어들이며 ‘고임금 고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 사이에 퍼져나갔다. 물론 미국 월가와 한국의 은행들은 다르다는 은행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미국 월가처럼 탐욕에 눈이 먼 정도는 아니었다. 금융위기 때도 해외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달러를 조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것이지 파생상품으로 손실을 보고 파산의 위기에 몰렸던 것은 아니었다.
또 국내 은행들의 월급이 많다고 하지만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의 급여가 월가처럼 천문학적인 액수도 아닐뿐더러 삼성 현대 같은 국내 대기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배당을 많이 하는 건 사실이지만 외국의 금융회사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반은행 정서’가 커지는 것은 은행들이 어려운 경제와 고물가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국민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 원의 이익이 난다고 해서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나눠준다거나 임직원에게 후한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을 세울 게 아니라 미래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이나 내부유보금을 더 쌓겠다는 뜻을 밝혔어야 했다. 소외계층에 대해 여러 가지 수수료를 감면해주고 사회공헌금액도 늘렸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은 그러지 못했다.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한 금융감독당국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며 공개적으로 으름장을 놓고 은행 실무자 회의를 소집하는 등 압력을 넣고 나서야 은행들은 마지못해 배당을 자제하고 과도한 수수료를 낮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국의 압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더라면 한국에서는 이렇게까지 ‘반은행 정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