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경제부
‘상장 2개월, 거래정지 7개월 뒤 퇴출’이라는 믿지 못할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24일 한국거래소가 상장 폐지를 통보한 중국고섬 얘깁니다. 회사 측이 다음 달 2일까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퇴출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중국고섬 사태는 수수료 챙기기에만 골몰한 증권사, 외국 기업 유치라는 실적에만 집착한 거래소, 한국시장을 우습게 본 중국기업 등의 합작품입니다. 증권사들은 국내기업보다 기업공개(IPO) 수수료가 훨씬 높은 외국기업 유치에 매달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실사는 부실했습니다. KDB대우증권이 중국고섬의 실사에 투입한 시간은 6개월에 불과했습니다. 국내기업 상장에도 6개월 이상 걸리고 외국기업은 1년 넘게 걸린 점에 비추면 부실심사 논란을 비켜가기 어렵습니다.
중국기업들도 “일부 기업의 문제 때문에 실적이 좋은데도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소연만 할 일이 아닙니다. 한국사무소 설치, 한국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투명한 기업정보 공개 등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야 합니다.
중국고섬 사태를 계기로 거래소는 해외기업 상장요건을 강화하고 더 까다롭게 심사하기로 했습니다. 외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입니다. 상장주관사 인력 중 한 명을 정해 회계, 공시 등을 관리하는 ‘보증추천인 제도’ 도입도 검토할 만합니다.
하지만 심사 강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우량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것은 한국 금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외국기업 상장에 대해 적절한 투자자 보호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알짜 글로벌 외국기업이 한국 증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메리트를 강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김재영 경제부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