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 ‘독재자 카다피 비참한 죽음’ 소식 확산 조짐에 전전긍긍근로자 등 200여명 일시통제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주민들 사이에 퍼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리비아에 거주하는 북한 주재원과 근로자들에게 일시적인 귀국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6일 탈북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무역일꾼, 한국에 사는 가족이나 친척과 통화하는 북한 주민, 리비아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 등을 통해 카다피의 사망 소식이 북한에 간접적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있는 한 탈북자는 “대학생이던 1989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시민군에게 처형된 소식이 순식간에 학교에 퍼졌고 보위부가 학교를 통제했다”며 “카다피가 반정부군에게 사살됐으므로 북한 주민에게 미치는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RFA는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은 카다피가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에 서방국가에 의해 비참하게 죽었다는 주장을 계속 펼칠 것이어서 북핵 문제의 해결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RFA는 소개했다.
리비아의 교민사회 관계자는 26일 “트리폴리가 과도정부군에 완전히 넘어간 이후에도 북한이 리비아에 있는 200여 명의 주재원과 교민에게 귀국 여부에 대한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며 “북아프리카, 중동 민주화 바람이 북한 내부에 조금이라도 더 파급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리비아에는 주로 의사와 간호사, 건설노동자 외에 카다피 정부군의 군사훈련을 돕기 위한 군 교관도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리비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과도정부위원회가 리비아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조차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한이 리비아 사태를 예의주시해 왔겠지만 귀국금지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트리폴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