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논설위원
‘나는 중산층’ 국민 30%도 안 돼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은 1990년대 전체 가구의 75%선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67%로 줄었다. 외환위기를 치르면서 중산층의 탈락이 늘어났다. 줄긴 했어도 전체의 3분의 2가 중산층이라면 다행이지만 삼성경제연구소가 통계청의 통계를 가공해 산출한 2009년 중산층 규모는 55%에 그쳤다.
자영업 일자리는 외환위기 때, 카드 대란으로 소비가 침체된 2003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등 4년간 70만 개 가까이가 사라졌다. 10여 년 사이에 자영업자들의 중산층 기둥 역할도 위축됐다. 노동자들은 노조나 정치권을 통해 힘이라도 써봤지만 조직도 없는 자영업자들은 그것도 못 해 정부나 정치권의 관심을 얻지 못했다.
18일 서울 잠실의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음식점 주인 7만5000명이 ‘솥뚜껑 시위’를 벌였다. 주최 측인 한국음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니까 1억여 원을 내고 경기장을 빌렸고 회원들에게 ‘식당 문을 닫고 오지는 말라’고 말렸다”고 말했다. 요구사항도 ‘카드 수수료를 내려달라’ ‘외국인 근로자를 더 채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등 현실적인 서너 가지에 불과했다. 도심 차도를 점령하고 ‘정권’부터 때리는 일부 노조와는 딴판이다. 중산층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의지가 읽힌다.
자영업자 수는 2002년 607만 명을 최고로 작년 547만 명까지 줄었다. 이들이 폐업 후에 갈 곳은 거의 없다. 서재만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직자-임시근로자-자영업자의 저소득 악순환 고리에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가혹하지만 자영업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창업 준비기간이 짧고 전문성이 떨어지며 전체의 80%가 생계형이어서 불경기에 무기력한 퇴출예비군이 아직도 많다. 최근엔 50대 이상의 영세 자영 창업이 부쩍 늘어 도산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현장감 있는 자영업 대책 안 보여
노무현 정부는 2005년 5월 31일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아 자영업자에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고용보험을 적용할 길을 열었다. 논란도 있었지만 자영업자를 노동 및 복지 정책의 대상으로 등장시킨 의미가 크다. 현 정부는 새 대책을 만들려하지 말고 ‘5·31 대책’을 보완 실행하는 것만 잘 해도 된다. 자영업자들은 우리 사회의 허리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중산층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