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여당 누른 ‘트윗黨’… 조직없는 박원순에 표 몰아줘
○ “내년 총·대선 SNS 영향력 더 커져”
‘1 대 9 대 90’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전체 온라인 이용자의 1%가 최초로 글을 올리면 9%가 그 글을 편집하거나 댓글을 달아 반응하고, 90%는 별도의 반응을 하지 않고 올라온 콘텐츠를 열람한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첫 이용자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다.
대구가톨릭대 장우영 교수는 “SNS에서도 이 법칙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SNS는 온라인의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 기능 중 후자에 더 강점이 있기 때문에 다른 온라인 매체보다 글의 파급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오프라인 여론조사와 비교하면 트위터에서의 여론 추이는 20∼40대 여론조사와 비슷하게 진행됐다. 전 연령대 평균 오프라인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계속 두 후보 간 격차가 좁혀지는 추세였지만 20∼40대는 큰 변화 없이 박 후보가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20%포인트가량 앞섰고, SNS에서도 비슷한 격차로 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이 더 많았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SNS의 위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SNS의 위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 6·2 지방선거 때 100만 명을 상회했던 한국 내 트위터리안의 수가 올해 4·27 재·보선 때 250만 명을 넘어섰고 현재 400만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내년에는 100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그러나 소수의 트위터리안이 전체 트위터 여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감성을 건드리는 자극적인 글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SNS 지배한 박원순 지지 여론
이번 조사 결과 나 후보와 박 후보를 언급한 트위터 총량은 하루 평균 각각 1만9230건과 1만7340건으로 비슷했다. 그러나 충성도와 호감도 등을 분석하면 박 후보 지지 여론이 SNS를 지배했다.
조사기간 하루에 30건 이상 선거 관련 트위터 활동을 했던 ‘대형 트위터리안’은 244명이었다. 박 후보를 지지하는 대형 트위터리안은 하루 평균 123명으로 나 후보(76명)보다 많았다. 하루 평균 91건의 글을 올리거나 조사기간에 하루 최대 731건을 올리기도 한 초대형 트위터리안은 나 후보 지지 성향이었다.
막판 결집도 측면에서도 박 후보가 크게 앞섰다. 24일과 25일 박 후보를 지지하는 트위터리안은 각 4384명, 4242명으로 조사기간 평균(2377명)에 비해 폭등한 반면 나 후보 지지 트위터리안은 2399명, 1872명으로 상승폭이 작았다.
후보 개인의 신뢰성, 정책, 리더들의 지지, 검증 및 네거티브 전략, 이미지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후보별 호감도를 분석했다. 후보별로 트위터리안의 호감을 얻은 분야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정책(공약)을 제외한 4개 영역에서 박 후보는 나 후보를 앞섰다. 선거기간 내내 불거졌던 박 후보에 대한 병역, 학력, 아름다운재단 회계 등 검증 및 네거티브는 SNS상에선 큰 관심을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 논란과 관련해 박 후보에게 호감을 보인 글이 5만3800건으로 나 후보(3만9772건)보다 더 많았다. 유명인사 등 각계 리더의 지지 발언에 대해 트위터리안들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건수는 박 후보(9만3381건)가 나 후보(2만6755건)를 압도했다. 그만큼 트위터리안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더들이 박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 준다.
신뢰성 분야에서도 박 후보(7만2874건)가 나 후보(4만800건)를 앞질렀다. 나 후보는 정책 분야에서만 2만7828건으로 박 후보(2만5260건)를 근소하게 앞섰다. 한편 트위터리안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영역은 ‘이미지’였다. 이미지에 대한 글의 양은 박 후보 10만430건, 나 후보 9만525건으로 집계됐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