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균 경기 화정초교 수석교사
글쓰기가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학생들만 어렵다고 하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들도 글쓰기를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합니다. 글쓰기를 누구는 노동이라고, 누구는 고통이라고, 누구는 자기 치유라고 합니다. 글쓰기의 정의만 봐도 글쓰기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학교에서 많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에게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주장, 제안을 전하는 거죠. 까닭을 들어서 분명하게 전달하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 주장, 제안을 전할 때 남을 설득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전하기 힘들어서입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수업을 마친 학생이 교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뭔가 이야기할 듯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릴 때가 있죠? 친구들이 “할 말이 뭐니”라고 물으니 머뭇거립니다. 이럴 때 상대방은 답답해집니다. 결론부터 듣고 싶은데 이 학생은 “저……, 저……” 하면서 머리만 긁습니다.
어떤 순서로 이야기하면 좋을까요? 결론을 먼저 밝히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상대방이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즉,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결론부터 듣고 싶어 합니다. 그러니 무슨 말을 하려는 사람은 이야기의 결론(=생각=의견=주장)부터 꺼내는 게 좋습니다.
영어로는 PREP라고도 합니다. PREP는 주장(Point) 이유(Reason) 사례(Example), 다시 주장(Point)의 약자입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유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는 순서를 말합니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질 때는 PREP의 원칙을 떠올리세요. 신문을 열심히 읽으면 PREP의 원칙에 따라 글을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펜을 잡는 일이라고요? 아닙니다. 글쓰기의 시작은 주변의 사물이나 사건을 관찰하는 일입니다. 저는 교실에서 글쓰기를 하기 전에 관찰부터 하라고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주변에 있는 사물을 5분 정도 가만히 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가방이나 연필 혹은 운동장에 서 있는 나무, 자신의 손가락은 좋은 관찰 대상입니다. 처음에는 힘들지 모르지만 5분 정도 지나면 다양한 점을 느끼게 됩니다. 내가 가진 물건에 이런 것이 있었구나, 나뭇잎이 저렇게 생겼구나, 친구의 옷이 어제와 많이 다르구나…. 이야기는 무궁무진합니다.
이번에는 신문을 펼쳐서 사진을 보세요. 무슨 사진이 눈에 들어오나요?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나 느낌이 있겠죠. 추워진다, 총소리가 들린다, 승자의 즐거움이 보인다…, 이런 식으로요. 전에는 스쳐지나갔던 내용을 자신의 말로 표현하는 거죠. 동아일보 10월 24일자 A1면에는 터키 지진 현장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여러분이 관찰한 내용을 사실 중심으로 써보세요.
[2]질문하라!
신문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를 알려줍니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 모두가 해결해야 합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면 사회가 발전합니다. 오늘 신문에서 많은 사람이 문제점이라고 생각할 만한 내용을 지면별로 찾아보세요. 그리고 표로 정리하세요.
[3]문제점을 찾아라!
이제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뭔가를 제안하는 글을 쓰는 순서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더 좋은 쪽으로 해결하기 위해 자신이 제안하는 내용과 까닭(또는 이유)을 정리하는 겁니다. 초등학교 4학년 국어과에서는 이처럼 듣기-말하기-쓰기의 단계로 글쓰기를 가르칩니다. 바꿔 말하면 문제 상황-제안-까닭 쓰기 순서입니다.
하루에 한 번이라도 듣기-말하기-쓰기를 실천해 보세요. 신문을 펼쳐서 기사 하나를 골라놓은 뒤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이유와 함께 정리하는 거죠.
엄마 아빠나 선생님하고 이런 연습을 하면 여러분은 정말 똑똑해질 겁니다. 오늘부터 바로 실천해 봐요.
이정균 경기 화정초교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