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두 달 반 만에 1,900 선을 회복하면서 향후 주가 방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폭락장이 펼쳐지던 8월 5일 이후 처음으로 1,900 선을 회복했지만 증시의 호재와 악재가 뚜렷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7.73포인트(1.46%) 오른 1922.04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8월 5일(현지 시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1,890은 세 차례 넘어섰지만 26일까지 1,900 선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1,900 돌파는 투자자들의 심리적 회복을 보여줄 수 있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1,900 돌파 이후 증시가 상승세로 방향을 잡을 것이란 낙관론은 유럽 재정위기의 해소 조짐에 근거하고 있다. 25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 정상들과 유럽은행권은 그리스 채권에 대한 손실률을 50% 선으로 합의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한 큰 진전으로 풀이됐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그랜드 플랜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세부 합의가 원만하게 진행되면 코스피가 2,000 선 돌파도 시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실적 악화와 중국 경제의 불안은 코스피 상승세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악화는 8월 촉발된 글로벌 금융 불안이 수요 위축을 거쳐 한국 기업들에 악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세계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수출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시적 침체가 아니라 추세적으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다”며 “유럽 재정위기가 봉합되더라도 글로벌 저성장 국면이 해소될 때까지는 기업 실적의 반등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비관론의 한쪽에는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의 9월 수출 증가율은 17%로 7월(20.3%)과 8월(24.4%)에 비해 급감했다. 9월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과 중국의 불안은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를 언제든 뒤흔들 수 있다.
결국 비관과 낙관이 엇갈리면서 당분간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에 안도감은 높아졌지만 추가로 주가를 끌어올릴 요인이 드물다는 점에서 상승세가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