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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무작정 개방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건 분명하지만 개방이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잘 알려진 개방형 혁신의 성공 사례 뒤에는 많은 실패 사례가 숨어 있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열광의 도가니 속으로 무턱대고 달려 들어가기보다는 한발 물러나 냉정하게 개방형 혁신의 성공 요인을 살펴봐야 한다.
개방형 혁신은 현재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외부의 지식을 활용해 상품화에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개방형 모델은 기존 혁신 전략의 한계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다. 무턱대고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다가는 기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다. 개방형 혁신 전략을 받아들이되 아래의 몇 가지 주의사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개방형 혁신 전략을 취하더라도 비즈니스의 핵심 성공 요인까지 개방해서는 안 된다. IBM과 애플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IBM은 PC의 개념을 정착시켜 놓고도 정작 PC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이했다. 컴퓨터 설계의 핵심인 하드웨어 회로도는 물론이고 데이터 입출력 방식을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까지 모두 공개하는 개방 전략을 취한 탓이다. IBM은 한때 시장을 주도하는 듯했지만 사실상 표준을 결정하는 영향력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PC 시장의 주도권은 운영체제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중앙처리장치의 인텔로 넘어갔다. 반면 애플은 하드웨어인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개발 과정에서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하는 폐쇄형 혁신 모델을 적용했지만 제조는 중국의 폭스콘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또 누구나 애플 제품에서 사용 가능한 앱을 개발할 수 있게 개방하되 앱의 유통은 아이튠스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에서 무엇이 핵심이고 무엇이 핵심이 아닌지를 잘 알고 있으며 핵심이 아닌 것들만 기업 경계 밖에서 조달한다.
[2] 외부 혁신과 내부 혁신을 병행하는 양손잡이형 전략을 수행하라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과 LG 등 국내 휴대전화 업체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파급 효과는 회사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초 LG전자는 적어도 2, 3년 내에는 독자적인 휴대전화 운영체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삼성은 독자적 운영체제인 바다를 출시하고 바다 플랫폼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LG전자가 삼성에 비해 더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은 분명하다.
기업 외부에서 조달한 역량은 인수합병을 통해 완전히 내 것이 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잃어버리게 될 위험이 있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되 내부적인 지식과 기술역량의 향상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양손잡이형 혁신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경쟁력의 함정(Competency Trap)’은 기업이 과거에 성공을 이뤄낸 전략이나 경험에 사로잡혀 급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몰락하는 현상을 뜻한다. 혁신 기업이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개방형 혁신의 시대에 혁신의 등장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여기저기서 기존 성공 공식을 허무는 새로운 혁신들이 이어질 것이다. 기업 외부에 있는 누구라도 지금 우리 기업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외부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4] 개방형 마인드를 가져라
혁신적인 기업에 속한 조직원들일수록 자신들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외부의 아이디어나 지식, 기술 등에 심리적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다. 또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을 외부의 다른 기업이 사업화하는 것도 싫어한다. 따라서 개방형 혁신을 잘 수행하려면 조직원 모두 개방형 혁신 전략의 필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상황의 급박함을 알아야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개방형 혁신 전략의 비전과 목표도 직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또 개방형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과 내부적 혁신을 통한 성과 창출을 동일하게 평가해야 한다. 한 조직원이 개방 전략에 동참했는데 그의 이익이 줄어든다면 아무도 개방 전략을 위해 몸을 바치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강진아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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