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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선택’ 그 후]박원순 시장 첫 결재는 ‘무상급식 예산 지원’

입력 | 2011-10-28 03:00:00

서울시장 출근 첫날




서울시 사무인계 인수서 서명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이 27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에 있는 집무실에 출근해 사무인계 인수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무소속으로 출마해 집권여당 최고위원 출신의 나경원 후보를 꺾은 박원순 신임 서울시장은 27일 시청으로 첫 출근하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첫 출근이어서 얼떨떨하고 낯선 그런 기분이 든다”고 했다.

박 시장은 출근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오후에는 영등포 쪽방촌을 방문하면서 친서민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박 시장은 시장의 첫 업무로 다음 달부터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을 도입하는 내용의 서류를 결재했다. 서울시의 정책 기조가 급속도로 달라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다만 오세훈 전 시장이 추진해 온 한강르네상스 사업에 대해서는 “현안이 된 사업에 대해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심사숙고해 판단하는 사업조정회의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친서민 복지 정책 드라이브

박 시장은 시정 첫날 첫 방문지로 노량진수산시장을 택했다. 점퍼 차림으로 상점을 돌며 “이곳 시장에 살아있는 생물처럼 살아있는 시정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충원 참배 후 방명록에 ‘함께 가는 길’이라고 쓴 뒤 출근하기 위해 지하철 4호선 동작역에 왔다. 8시 23분 출근시간대라 열차가 혼잡했고 수행원과 취재진이 몰리는 바람에 열차 3편을 그냥 보낸 뒤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이어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영등포 쪽방촌을 찾았다.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월동대책 등을 꼼꼼히 챙겼다. 그는 “한번에 마을을 허무는 대규모 재개발을 지양해 서민들의 재정착률을 높여야 한다”며 “마을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의 첫날 행보는 서민 위주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고 해석했다.

○ 민주당을 향한 감사 인사

박 시장은 이날 오전 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지원했던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 야 5당을 잇따라 방문했다. 약속시간보다 5분 이른 오전 10시 55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한 박 시장은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악수를 건네며 “목이 쉴 정도로 후보보다 더 열심히 뛰셨다”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5일 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93%가 박 시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말 박 시장의 승리가 민주당의 승리이고 패배는 민주당의 패배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정책 기조 180도 전환?

박 시장의 취임에 맞춰 서울시는 정책 기조를 빠르게 수정하고 있다. 전임 오세훈 시장 재임 시절 ‘전면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하던 서울시는 당장 다음 달부터 초등학교 5, 6학년 19만50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관련 부서는 박 시장이 출근한 직후 이 같은 시행 계획을 담은 문서를 작성해 결재를 받았다.

특히 박 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서울시가 제기한 ‘무상급식 조례와 서울광장 사용 조례 무효 소송’을 28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시의회의 무상급식 조례가 “교육감의 고유권한인 업무를 시장에게 부과했다”며 무효를 주장해왔고 광장조례에 대해서는 “광장 등 공유재산은 법에 따라 허가제로 운영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이로써 2년 가까이 논란을 거듭하며 시장직 사퇴로까지 이어졌던 무상급식 논란이 마침표를 찍게 됐다. 현재 서울시내에서는 21개 구에서 4개 학년(1∼3학년은 교육청 지원, 4학년은 구청 지원)이 무상급식 혜택을 보고 있다. 강남 서초 송파 중랑구에서는 교육청이 지원하는 3개 학년만 지원받고 있다. 강남 송파구는 이날 1개 학년의 무상급식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개 학년 무상급식 지원에 필요한 예산 185억 원은 그동안 서울시가 “서울시의회의 불법 증액 예산이라 집행할 수 없다”고 해온 무상급식 예산 695억 원의 일부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약인 공동정부운영협의회는 자문기구로 운영될 뿐”이라며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 계속됐던 ‘협찬’ 논란과 관련해서는 “안철수 원장을 비롯해 야권과 온 세상의 협찬을 얻지 않았나”라며 “마지막으로는 언론 협찬도 얻어 어려울 때 상의하고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부시장 인선과 시장 공관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하는 중”이라고만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